지난 5월부터 8회차 진행된 '세계인권사상사' 강독회 후기 나눔
유희정
『세계인권사상사』는 세계 각국과 시대에 따라 인권의 지평이 넓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익이나 정의, 혹은 당위성을 이유로 인권 유린과 폭력이 태연히 이루어지는 모습도 고발하고 있다. 오늘날 윤리적 논쟁의 핵심에 있는 인권 개념은 사실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국제 사회가 온 인류의 통합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범죄를 방치하는 이중잣대와 자국 이익에 충실한 계산이 숨어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일상 속 누군가가 의도적인 배제로 인해 탄압과 차별을 받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이 책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인권을 서술하고 있어, 잘 알려진 미국 독립선언문뿐만 아니라 레닌의 「민족해방운동에 관하여」, 호찌민의 「베트남민주공화국 독립선언문」과 같은 문헌들도 인권 증진의 상징으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만이 인권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무지한 나의 생각을 다시금 깨우쳐 주었고, 사회주의 및 제3세계 운동 또한 인권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막연하게 이해하던 인권의 가치가 결코 절대적이거나 단일하지 않으며, 현재 내가 누리는 인권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의 희생과 투쟁을 통해 쟁취된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하였다.
현대 인권 담론에 대한 장에서는 한국 고유의 인권 가치를 세계사와 연결하여 잠시 고민할 수 있었지만, 설명과 접근 방식이 서구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고 동아시아 사상과 철학, 경험이 부족해 보인 것이 아쉬웠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제국주의에 의한 인권 침해와 주권 침탈의 시기로 이해하는 한국인으로서 미셸린 이샤이의 제국주의 논리(억압과 고통을 고려하기보다는 근대화의 경제적 발전 측면을 강조한 접근)를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세계인권사상사』는 인권에 대한 포괄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시각을 제공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경험을 국제적 흐름 속의 인권에 대한 이해로 연결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정말 도움이 되었다.
서은경
오랜 시간 같은 페이지 같은 구절을 반복해서 봤던 책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한 구절 혹은 그 페이지가 눈에 아른거렸고, 2024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답답해하는 저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도 주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은 ‘인권은 특정한 시대와 경험의 산물이며 인간의 억압에 대한 자구책으로 발생한 특수한 형태의 저항담론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고 마치 그림을 그리듯 세계인권 통사(通史)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정보와 내용으로 역사책을 읽듯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침이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권은 세계적으로 보편화 과정에서 1948년 세계인권선언으로 인권적 삶을 살아가고 있고 발전이 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던 저에게는 미셀린 이샤이 교수의 인권담론을 풀어가는 과정은 독특하고 직면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시대별로 인권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면서 항상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에서 결국 사람을 위한 노력이고 투쟁이었는데 보편인권에서 소외되었던 피차별집단의 억압과 투쟁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대를 옮겨 현재와 어떤 점이 비슷한지를 살펴보는 과정에 놀랍도록 지금과 매우 유사한 일들이 많았고, 과연 보편적인 인권이 실행되고 있는 시대가 맞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챙겨보지 않았던 국정감사를 보게 되었고, 내가 사용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보편인권적인 생활이 되고 있는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기술이 어색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는데 인권적인 삶을 위해서 또 민주적 논의를 위해 도움이 되고 있는가? 요즘 느끼는 것은 실질적으로 힘있는 이들의 이권을 위한 환경이 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안보 우려로 디지털 장비들과 각종 SNS 등 소통의 장들은 감시의 장비가 되어버린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샤이 교수의 ‘인권을 위한 투쟁은, 법적 논쟁과 국제기구의 권력 현장 내에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계속되어야 한다. 인권을 위한 투쟁은 민중의 동원을 통해, 제도화된 인권 레짐의 관료화에 대항하는 것, 지방 시민사회 차원과 전지구적 시민사회 차원에서 각종 주체들 간의 연대를 구축하려면, 서로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인권 활동들을 한데 모을 수 있도록 경제적 ·사회적 단일의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가일층 배가해야 한다.’ 는 말을 기억하며 우리는 또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김영배
역자도 말하듯이 미셸 이샤이의『세계인권사상사』는 인권의 역사 구분을 우리가 다른 분야에서도 익숙한 근대 이전, 계몽주의, 산업혁명, 양차대전, 지구화 등의 시대로 구분하여 설명을 함으로써, 인권의 전체 역사를 세계 역사와 연관지어서 많이 어렵지 않게(그래도 어려웠지만) 이해를 한 계기였다.
미셸 이샤이의『세계인권사상사』를 읽고,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꼈지만 크게 두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는 인권이 어느 특정 시대, 특정 사회, 특정 세력이나 이념의 산물이 아닌 인류 탄생부서 계속 발전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진행될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영국의 마그나카르타, 프랑스 세계인권선언,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선언 등으로부터 인권이 탄생하고 발전해 온 것으로만 알았었는데 이번 강독회 『세계인권사상사』를 읽고 인권은 전 세계의 문명 탄생부터 즉 모든 보편적인 종교로부터, 또는 철학으로부터 인권의 시작된 것을 이해하였다.
이념적으로 보면 민주주의 진영의 산물로 보았는데,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에서도, 제3세계에서도 인권이 발전해 온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소련 신정부가 1917년에 이미 여성의 동등한 시민적 권리, 자발적인 혼인과 이혼, 자녀의 국가 양육, 출산휴가 등에 대한 법규를 제정한 것과, 또한 레닌이 이러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가정에서 무급 가사노동자로 남아 있는 이상 여성의 억압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가정관리를 사회화하자고 주장한 점 등은 민주주의 진영보다 여성의 권리 억압에 대한 견해가 너무나 정확했고,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의 역사에서 사회보장 제도가 소비에트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또한 매 장별로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를 통해 시대별로 인권이 발전한 내용과 퇴보한 내용을 요약정리한 점도 인권의 역사적 진행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인권이 역사를 거쳐 오면서 시대별로 발전을 한 것만 아니라 어떤 시기에는 어느 지역이나 어떤 분야의 인권은 오히려 퇴보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인권의 변천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계적으로 또한 우리나라의 인권은 계속 발전해 가는 것인가? 아니면 발전과 퇴보를 반복하는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에 인권의 위치는 어떠한 것인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무엇인지?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레바논 국민들이 당하는 제노사이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2년간의 수요인권강독회를 통하여 스탠리 코언의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 차병직의 헌법의 탄생, 앤드루 클래펌이 인권에 이어 미셸린 이샤이의 세계인권사상사 등 굵직하고 무게감 있는 인권독서를 통해 나의 인권의 지평은 넓어지고 있는지 반추해 본다.
김성관
미셀린 이샤이의 <세계인권사상사>는 인류문명의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인권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형되어 왔는지를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나타난 사상가들의 고민과 각국의 법적, 사회적 변화를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인권이 단일한 개념이 아니라 매우 복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권 사상의 기원이 다양한 철학적, 종교적 전통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서구 사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양 및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 맥락에서 인권 사상을 조명하는 시도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 사상이나 중국의 유교 전통 속에서 '인권'이란 개념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설명할 때, 단순히 서구식 권리 개념을 대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전통의 맥락 속에서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샤이가 인권 사상을 논할 때 단순한 서구적 시각을 넘어서려 했다는 점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이샤이는 현대 인권 담론의 한계와 도전 과제를 매우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인권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권이 유린되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특히, 이샤이는 국제 인권 조약이나 선언이 자주 각국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점을 지적하며,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형식적 절차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인권이 단순히 법률적 개념을 넘어,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가치로 재고되어야 함을 다시금 상기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 인권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그 철학적 기반을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인권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권 사상이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여정임을 인식하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신성철
작가 ‘한강’은 ‘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치열해져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냐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작가 ‘한강’이 던진 이 메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은 작가의 저서에서도 살펴볼 수 있지만 이 책 세계인권사상사 또한 ‘국익 또는 인도적 개입을 위한 전쟁은 가능한가?’ 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인권적 관점에서 성찰을 요구한다. 이를 포함하여 이 책은 인권의 철학적 개념 및 역사적 과정, 중요한 현대적 인권이슈 등을 다루면서 우리에게 인권에 대한 생각을 보다 실천적으로 사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세계인권사상사는 인권사를 논하면서 수준 높게 서술된 서구권 인권사에 비해 비서구권에 대한 서술이 빈약한 부분 등이 있어 몇가지 아쉬운점은 있으나 이 책은 최초의 세계인권통사로서 억압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사서임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문제에 대해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2024년 10월에 나는 책이 발간되지 20년이 지난 세계인권사상사를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여전한 인권이슈에 대한 고민과 함께 다시금 책을 펼치고 있다.
이은규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 현대까지(2004년) 인권의 역사를 정리한 책. 인권의 발견과 발전 그리고 근현대를 거쳐 변천해온 인권의 내용들을 총망라하고 있으며 현대의 인권쟁점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인권 입문서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책 곳곳에서 미셀린 이샤이의 깊은 인권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선물.
수요강독회는 매월 격주간 수요일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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