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북이면 소각장 밀집에 따른 환경오염과 주민건강 악화'를 주제로 청주시 북이면에 다녀왔습니다.
환경부는 2020년부터 2월부터 북이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과 주민 암 발생 등 건강피해 간의 과학적 관련성을 평가하게 됩니다.
참가자들과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클렌코(구 진주산업)입니다.
소각장 내부를 방문할 순 없었지만, 맞은편 공터에 모여 청주시의회 박완희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각장 맞은편 야외 공간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정체 모를 악취와 두통이 일어났습니다. 박 의원은 과거에 비하면 외부환경과 악취가 많이 개선된 상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북이면에서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태워지고 있나요?
"전국에서 하루 평균 7천여 톤의 폐기물이 태워진다면 그중 평균 700여 톤이 북이면에서 소각됩니다. 그리고 소각업체의 증설계획까지 반영해보면 하루 1200t 즉 전국 소각량을 18%가량을 소각하겠다는 이야기죠. 소각 영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북이면은 소각장 짓기 좋은 지역이었죠."
"북이면은 반경 2~3km 내에 클랜코(구 진주산업), 우진환경개발(주), 다나에너지솔루션 3곳의 소각장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2016년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사업 적합허가를 받았던 디에스컨설팅(주) 또한 북이면에 위치해 있었지만 2017년 디에스컨설팅(주)은 소각시설 건축 불허가 처분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이 엄청난 소각량 중 북이면 또는 청주시가 만들어 낸 폐기물은 극히 일부입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소각장, 발전소와 같은 혐오 시설이 만들어지는 것을 주민들이 반대할 때 '님비현상(지역이기주의)'로 쉽게 치부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지역 간 불평등, 건강하게 살 권리,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알 권리 등은 조명되지 않고 사라집니다.
'청주시 북이면'은 누군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아니라 서울, 경기도와 가깝고 땅값 싼, 허가 잘 내주는 지역일 뿐이 었습니다.
"클렌코(구 진주산업)는 2016년 기존 소각용량의 3배 이상 증설을 강행했고 그해 말 클렌코(구 진주산업)의 불법 사항들이 환경부에 의해 적발되었습니다. 과다소각으로 15억에 가까운 이득을 챙기고 유해물질을 저감하는 활성탄을 전체용량의 3.5%만 사용했습니다. 소각물을 과다하게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은 기준치의 5.5배 이상 초과배출되었습니다. 이 다이옥신은 청산가리의 만 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는 발암물질입니다."
"소각장은 3년마다 한 번씩 정기검사를 해야 하는데 정기검사를 하는 감시 주체가 소각업체가 만든 협동조합이었습니다. 즉 관리·감독을 자신들이 직접 하는 꼴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소각장의 설치검사와 정기검사의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지역 내 소각장 전수조사와 주민 건강역학조사 추진을 청주시에 꾸준히 촉구해왔습니다."
박완희 시의원은 폐기물 소각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고 불리울 정도로 상당한 수익을 내는 산업이라고 했습니다. 소각 비용 뿐 아니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또한 산업단지로 판매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쓰레기들과 달리 '산업폐기물'은 민간업체에서 소각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규제와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이면주민협의체 유민채 이장님을 만나기 위해 북이면 마을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마을회관을 클렌코(구 진주산업)에서 차량으로 채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북이면주민협의체 유민채 이장님은 올해로 귀촌한 지 16년 차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귀농 했을 당시 옛날 이장님이 살던 그 모습이 아닌 고향을 보며 절망적이 었다고 합니다. 농사지으면서 조용하게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었던 이장님의 소박한 바람은 구 진주산업 증설 주민설명회 앞에서 멈췄습니다.
** 북이면주민협의체 유민채이장님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
마을주민들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북이면에 유독 암 환자가 많다는 이야기는 이제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협의체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마을 주민들에 대한 건강실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협의체 자체적으로 2018년 4, 5월에 인근 마을 19곳의 주민들을 직접 만나 피해를 조사했습니다. 당시 암환자 60명 중 폐암 환자가 31명이었고 호흡기 질환자도 많습니다.
소각장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살아간다는 건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삶과는 너무 다릅니다. 평소에는 까만 분진 때문에 마음놓고 창문도 못열고, 마당에 빨래도 말릴 수 없습니다. 창문을 열고 뒤돌아서면 바닥이 깜해요. 일반먼지도 아니고 기름먼지라서 물걸레로는 닦이지 않아서 퐁퐁으로 닦었어요. 질병처럼 잘 들어나지 않지만 심리적, 정서적인 문제도 상당하죠. 소각장 연기만 봐도 불안하고 우울한 거죠.
지금은 감시초소도 운영중이고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할 때 소각장 내부가 너무 궁금해서 큰 울타리 틈새로 내부를 보았던 적이 있어요. 소각장에는 보관창고라는 곳이 있는데 그 보관창고 앞 마당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들이 차고 넘쳤던 모습이 기억나요.
클렌코(구 진주산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소각업체가 소각량을 증설하더라구요?
북이면 주민협의체의 활동 또한 구 진주산업이 97톤 총량 제한을 352.8톤으로 증설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클렌코(구 진주산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소각장이 비슷한 방식입니다.
하루 처리용량이 100톤 이하일 경우 환경영향평가나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을 거치지 않고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100톤 미만으로 만들고 봅니다. 한번 소각장이 만들어지면 소각장이 없어지기도 쉽지 않고 가능한 그 소각장을 활용하게 되기 때문에 업체는 애초에 '소각용량을 늘리는 목적'으로 지역에 들어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특정 지역에 소각시설이 한번 들어가면 지역 간의 갈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증설할 때 진행하는 주민설명회와 환경영향평가는 대부분 형식적인 절차입니다. 중요한 것은 법적으로 소각장 입주시 법적으로 용량을 제한해야하죠.
지자체와 정부의 대응은 어땠나요?
그동안 청주시는 소각업체에 무분별한 인허가를 내주고 업체의 위법행위가 영업정지 또는 허가취소 사유가 됨에도 불구하고 과태료 처분정도로 그쳐왔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행정기관도 믿을 수 없었죠.
2017년 환경부에서 전국 소각장을 전면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주산업이 대표적인 불법 운영업체로 적발되면서 다이옥신 초과배출 및 폐기물 과다 소각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되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청주시는 진주산업에 허가취소통보를 했지만 곧바로 업체가 행정소송을 벌이며 4년간의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소각장 문제를 대응하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입지 및 면적에 따른 총량제한'입니다. '연한제한'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렌코(구 진주산업)이 지역에 들어온지 20년이나 되었어요. 한번 들어오면 계속 영업하고 그 마을의 면적과는 무관하게 지어지죠. 하지만 그런 법은 없었습니다. 조례로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변재일 국회의원을 찾아가 상황을 이야기 하기도 했었지만 환경부와 논의해보겠다는 답변이 끝이었습니다.
박완희 시의원은 "인구 50만 이상인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청주시도 인구 50만 이상 도시이기 때문에 자체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했었습니다. 이를 통해 배출허용치 강화도 가능하죠. 문제는 자체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데이터를 검증, 보완할 '연구기관'이 부재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청주시가 자체 연구원을 만들기에는 지자체 공무원 인원제한 문제로 불가능하고 그렇다면 충청북도 보건환경연구원과 같은 기관이 진행하면 가능하지만, 충청북도는 기본적으로 산업단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진행할 리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충청북도의 입장에 청주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가 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함에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심지어 산업단지 지정사실을 청주시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소각장 처리시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선은 전체적인 소각량을 줄이는 문제가 중요하겠죠. 하지만 문제는 충북도에 소각량이 줄어도 다른 지역 소각을 충청북도에서 합니다. <발생지 처리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쓰레기를 만들어 낸 곳에서 처리하 도록 해야 하는 거죠. 발생지 처리원칙은 이미 환경계에서도 '환경정의'로 많이 알려진 방식입니다.
또한 산업폐기물은 직영체제가 아닌 민영화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소각장 법적기준'이 너무 엉망입니다. 소각장이 들어올 때 거쳐야 하는 절차부터 소각장 운영 중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검사들도 엉망이고 주민조직 또한 허술합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몇몇 주민들에게 돈을 주고 마을을 대표하고 갈등을 부추깁니다. 산업 폐기물 업체도 직영으로 운영해 책임지고 주민들에게 소각물 처리 과정, 오염물질 배출기준 등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생길 수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합니다.
유민채 이장님은 "눈 앞에서 백 명을 세워두고 기관총으로 난사해 죽이는 것만 끔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 역시 서서히 그렇게 죽어갈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하셨습니다.
북이면 도시쏘댕기기 참가자들의 참여배경은 다양했습니다. 북이면에서 자라고 취업 후 청주에 살지만 가족들이 북이면에 남아있는 회원, 북이면과 인접한 지역에 살아가지만 현황을 잘 알수 없어 참여한 주민, 클렌코(구 진주산업)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주민들의 입장이 궁금해서, 소각장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어서.. 이러한 참가배경 자체가 지역 소각장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려줍니다.
주민들의 건강과 알 권리, 마을 공간을 만들어가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는 기업의 이윤에 쉽게 가려집니다. 다른 지역을 착취하며 번영하는 도시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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