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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책 숨 , 슬기로운 탐독생활

어쩌면 이상한 몸 – 장애 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by 인권연대 숨 2023. 12. 26.
어쩌면 이상한 몸 – 장애 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장애여성공감 지음

 

이구원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으며 나의 이야기로 여긴 적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나와 다른, 내가 이해해야 하는 타인의 이야기로 책을 읽어왔다. 그러다 보니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나의 이야기, 일상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활동지원사와의 관계를 포함한 활동지원제도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의 어려움, 내 삶의 의미와 존재방식, 건강의 변화와 활동 방향, 성적욕구에 이르기까지 내가 해 왔던 고민들과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조금은 설렜고 일종의 카타르시스 또한 군데군데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장애 여성으로써의 삶에 대해서도 공감하고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저자들의 삶이, 고민이, 같지 않고 다양해서 더욱 좋았다.

 

이은규

 

어쩌면 이렇게 이상한 몸이 있을까? 이 질문은 밖으로, 타자에게 던져져야 할 것이 아니다. 나에게로 던져져야 하고, 우리에게 자문해야 할 질문이다. 주체로부터 외부에게로 던져졌을 때 이상하게도 이상한이란 표현은 분리와 단절 심지어 혐오와 낙인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 차이와 다름이라고 해석하기엔 우리 사회가 견고하게 쌓아 올린 비장애 몸에 대한 정상성은 종교이며 신앙이다. 유일신이라도 되듯이 말이지.

타자에 대한 수용과 인정이 주체를 성장시키며 서로 돌봄 관계를 형성하여 상호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류 역사에서는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성 신도들은 눈감고 귀막고 스스로 불구의 정신을 불굴의 신념으로 삼고 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아픈 몸이든 아프지 않은 몸이든,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몸이 인정되고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예측 불가하고 불안정한 몸들의 진정한 해방은 안정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불안정한 상태가 불안감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여성으로, 장애인으로, 불구의 몸으로 살아냈던 삶들이 여기에 있다. 특이하고 다르다고 그래서 봐달라고 보채지 않는다. 불구의 몸으로 없는 듯 내쳐졌으나 기어코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있는 불굴의 삶이 소박하고 담백하게 실려 있다.

어쩌면 이상한 몸을 각기 갖고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이 소박하고 담백한 삶을 양껏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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