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606 <123호> 봄날의 햇살 / 글쓴이: 박현경(화가) 안녕하세요. OO여중을 졸업한 R이라고 합니다. 제가 그리워하던 친구를 찾던 중에 혹 맞나 싶어 연락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2019년 11월 19일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세상에, R이 나를 찾아 주다니! 나는 반가워서 바로 답장을 했고 우리는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중학교 때 얘기, 지금까지 살아온 얘기 등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로도 R과 나는 연락하며 지낸다. 1999년 10월 17일 일요일 나에게 신선한 힘을 주는 R. 하지만 그 애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담스러운 존재 혹은, 숙제를 잘 빌려 주는 애니까 친근하게 대하지만 사실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하지만 나는 R이 그렇게 이해타산적이거나 줏대 없진 않을.. 2022. 8. 2. <122호> 구원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구원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5월-6월 두 달 동안 6명의 장애인 혹은 장애인의 가족들이 목숨을 끊거나 죽임을 당함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 죽음의 가장 큰 책임은 국가와 사회에 있다. 한국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생존과 활동이 가능할 만큼 지원을 받으려면 자신의 무능을 비장애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심사받고 검증받아야 한다. 가족의 존재는 권리가 깎여나갈 이유로 작용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와 사회 역시 인간들이 만든 것이고 이런 사건 앞에 인간이란 종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 난 가족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면 참 서글프다. 2022. 6. 28. <122호> 삶에 대한 어떤 해석_박현경(화가) 오는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숲속갤러리에서 열릴 나의 개인전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 학교 근무를 하는 기간에는 날마다 출근 전 삼십 분, 퇴근 후 세 시간 정도씩 꼬박꼬박 작업했고, 집에 있는 날은 보통 하루에 여섯 시간 내지 여덟 시간씩 꾸준히 작업해 왔다. 그림은 내게 무척 즐거운 일인 동시에, 즐거운 일을 훌쩍 뛰어넘는 무언가, 즉 삶 자체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 즐거운 일을 하지 않는 채로 살 수는 있지만, 살지 않는 채로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만큼 내 그림들엔 삶 속에서 내게 다가오는 온갖 생각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전시할 작품들에는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주인공은 바로 괴물들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내 그림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2022. 6. 28.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 2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