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탕한모금하실래예1 <제95호> 지랄탕 한 모금 하실래예?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4년이 넘어도 폰을 바꾸지 않고(잃어버리지 않고, 부수지 않고) 잘 쓰던 나였다. 그런 내가 1년간 사용하던 폰을 네 번 바꿨다. 하나는 재작년 여자친구와 연말 여행 중에 보도블럭 위에 떨어뜨렸는데 떨어진 각도와 세기가 매우 적당하여 액정이 산산조각 났다. 바꾸지 않고 몇 개월을 꿋꿋이 쓰다가 작년 가을이 되어서야 새로운 폰을 샀다. 그런데 얼마안가 연말 모임에서 잃어버렸다. 예전에 쓰던, 이제는 골동품이 된 손바닥 크기만한 핸드폰을 다시 서랍장에서 꺼내들었다. 세상의 외피는 5년 전에 비해 더 높은 아파트들이 스카이라인을 침범하고, 산업단지와 개별입지로 들어선 공장들이 농지를 침범하고, 세련된 곡면을 가진 자동차들이 좀 더 늘었고, 사람들의 표정은 읽을 수 없는 무언가가 된 것 같았으나 큰 변화는 없었.. 2020. 4.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