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깨어있는 깊은 밤.
카페인은 안돼 하면서도 나에게
선물하는 고요 한 잔.
보리차나 물 한 잔이 나을까 갈등 한 잔.
그래도 고독은, 쓴 커피지 여유 한 잔.
여름 비 맞으며,
이젠 손자손녀가 쓰지 않는
어린이집 가방 속에 고추끈을 넣고,
절룩거리는 발걸음으로 고추밭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시며,
고추끈 매는 그를,
미련하다거나 욕심이 많다고 할 순 없겠지.
그리 키운 먹거리를 자식에게 나누어주시고,
장에 팔거나 이웃에 팔아, 쪼개어
당신 용돈 쓰실, 어린이집 가방만치
작은 체구의 낯모르는 어머니.
살아오시는 내내 발뒤꿈치가 닳았을 당신...
가끔 나를 통해 밖으로 나간 글과 나,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글과 나를 함께 보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직 내게서 나가지 않은 글을 내안에 담고 있는 나와, 밖으로 나간 글을 안고 있는 나를 생각한다. 나, 이지만 내가 아니고, 내가 아니지만 잠시 나였던 그것... 나는, 진실할까?...잠시 멈춤.
한 겨울 적어 놓았던 메모를 오늘, 본다. 육 년 동안 다닌 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보다, 육 년 동안 아이에게 마음 주고 지혜 나누며 그 과정을 함께 하신 선생님과 아이와 긴 시간 성장을 동행한, 내가 대견하여 감격스러웠던 그날. 귀에 쏙쏙, 마음에 꾹꾹 담았던 교장선생님의 말씀. 전체를 아는 힘, 통찰을 키우려 노력하기를 바라신다는, 타자와 자신을 공감하는 힘을 키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기를 바라신다는 그 말씀.
하루의 어느 한 순간 던진 한 마디에,
누운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마음. 이렇게 표현했음 더 나았을 걸 하는 아쉬움. 혀 밑에 도끼 들었다는 옛말이 있다던데 오늘 그랬구나하는 후회... 여전한 모습과 생각에 이 쳇바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낙담. 그러다 스스로 잠들고 마는...
새 아침, 새 호흡에 다시,
감사하며 기운 내는...
중학교 한 학기 수업을 마무리한다. 주제선택 프로그램의 아이들 세부 특성 입력까지 완료했다. 지난 해 마쳤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있다. 미세한데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마음. 감사와 아쉬움은 함께 있다. 서로 서툴고 우왕좌왕 했던 수업이, 재미있거나 지루하기도 했던 과정이, 아이들이 자라서 비폭력대화를 다시 만날, 마음자리를 만든 기회였기를, 거기까지만 바라고 있다. 늘, 봄날인 아이들과의 작업이 쉽지 않았음을, 그 노고의 과정에 있었던 나를 토닥토닥한다. 초기에는 수업을 디자인하느라 급급했다고 하면, 회기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수업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즐거움이 있었다. 마지막 수업 끝나기 전, “이런 아이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정성껏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흑”이라고 나를 공감해 준 한 아이의 표현에 감동도 받았다. 그것이 장난스러움이었을지라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온전히 듣고 있는 그들이, 당분간 맞이하는 화요일마다 눈에 선할 듯, 마음에 비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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