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르게 숨 쉬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화합니다.’
떠오르는 숨, 알렉시스 폴린 검스 지음
기억할 수 있고, 기억나는 내 기억의 첫 부분 어디쯤에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그리고 나는 살아오면서 그 기억 속의 풍경을 자주 현재화하며 반추하고는 했다.
"아주 먼 옛날 어떤 생명체 하나, 내가 보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달을 마주한 풍경.
어떤 사람들은 별을 본다는 데 나는 달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문득문득 그 먼 옛날 어떤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먼 훗날 누군가(누군가는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달을 마주하며 지금의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말이다. 그에게 나의 숨을 전한다.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바다 생명의 삶과 죽음 그리고 진화와 멸종을 두고 깊이 명상한다. ‘떠오르는 숨’은 열아홉 가지 주제로 명상을 한 내용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나는 변화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천천히 움직이며 지나가는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볼 수 없는 당신의 엄니를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만의 이유로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는 방식을 사랑합니다. 때로 당신은 해안을 너무 사랑해 해안선이 되기도 합니다. 바닥에서 아주 꾸준히 움직여 당신에게서 해조류가 피어나기도 하죠. 때로는 당신의 사랑 방식이 시간에 완벽히 들어맞고, 아주 느려도 충분히 빨라요. 그러니 계속 숨을 쉬세요.”(196면)
떠오르는 숨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문장이다. 특별히 이 부분은 밑줄을 긋고 싶을 정도다. “나는 당신이 당신만의 이유로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는 방식을 사랑합니다.”
원제는 Undrowned. ‘가라앉지 않음’이다. 이미 멸종당한 바다소와 매우 다양한 물범들과 위기에 처한 바다 고래들과 돌고래 등 해양포유류를 탐구하며 가라앉지 않고 계속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에 관한 깊은 연대와 사랑 이야기이다.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이 바다 생명을 통해, 이를테면 수백만 년을 살아왔을 고래소가 이백여 년 만에 인간에 의해 멸종되었고 그 까닭은 바다소들의 남다른 유대감이었으며 (한 마리를 생포하면 다른 바다소들이 도망치지 않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몰려왔기에 대량 학살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존하는 바다 고래들과 물범들 그리고 해양포유류들은 인간들의 영토확장과 침략, 자본주의 발전으로 인한 압도적인 학살에 직면해서도 살아남았고 이는 우리 인간들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노예무역으로 대서양에서 희생된 아프리카인들은 셀 수 없이 많으며 살아남은 그들의 동료와 후손들의 역사 또한 비참했다. 그러나 그들은 바다 생명이 가라앉지 않았던 것처럼 끊임없이 숨 쉬고 진화해왔음을 증언한다.
“사랑합니다. 가장 아프고 슬픈 날에도 당신의 이름만큼이나 푸른 바다를 누려야 합니다. 당신의 필요만큼 깊은 안전을 누려야죠. 음식과 공동체, 학교, 집을 누릴 수 있어요. 당신이 당신의 친족과 어울린 건 잘못이 아니죠. 당신이 믿는 바에 대해 큰 소리로 숨 쉬었던 일도요. 당신이 느끼는 현기증은 정당합니다. 우리는 방향을 잃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폐 속에서 느껴지는 압력은 절박함입니다. 우리는 이 공기의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경제적 취약성, 자원 탈취, 낭비, 해로움의 악순환과 반복에 염증을 느낍니다. 우리는 다르게 숨 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진화합니다.”(145면)
저자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떠오르는 숨’을 통해 자기 호흡과의 친밀성, 주변 세계를 향한 깊은 사랑, 모든 삶에 대한 비판적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우리는 다르게 숨 쉴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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