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장 사람을 원한다
박현경(화가, 교사)
7월 17일 목요일, CBS 라디오 <시사직감>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다. 당시 뜨거운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전교조 충북지부 사무처장으로서 입장을 밝혔다. 이제는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가 이루어졌지만, ‘어떤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견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터뷰이기에 이 지면을 빌어 소개한다.
Q: 사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직후부터 각종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된 상황이어서 어느 청문회보다 검증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어제 청문회 답변 가운데 기억에 남는다고 할까요? 인상에 남는 게 무엇이었을까요?
박현경: 교사인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사실 따로 있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법정 수업일수, 나이스 시스템, 유보통합, AIDT, 이런 유·초·중등교육의 기본적 개념과 정책적 이슈들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지식이 부족함을 보여준 점이었습니다. 이공계 교수로서 그리고 대학 총장으로서 고등교육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초·중등교육에 대해서는 정말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이분이 교육부 장관이 되면 과연 우리 교육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을까 심히 우려가 되었습니다.
교육 현실이 답답한 이유는 학교에서 교사로 단 하루도 근무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내놓는 정책과 법안들이 학교를 지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은 교사 출신, 현장 감각 있는, 현장의 어려움을 아는 그런 교육부 장관을 원합니다. 지금 당장 교사 출신, 진짜 현장 출신 교육부 장관이 나오기 어렵다면 적어도 현장을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논란들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랄까요? 이 후보가 교육부 장관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현경: 네, 여러 가지 수많은 문제 중에서도 우리 전교조 충북지부가 가장 우려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 유·초·중등교육 현장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평범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하루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위험에 노출되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지, 어떤 정책을 폈을 때 교육이 잘 돌아갈 수 있고 또 어떤 정책을 폈을 때 제대로 안 굴러가고 엉망이 되는지 이런 것들은 오로지 현장 경험을 통해 길러진 현장 감각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진숙 후보자에게는 안타깝지만 현장 경험도 없고 현장 감각도 없습니다. 대학교는 모르겠지만 유·초·중등교육에 대해서는 무지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우리 공교육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Q: 그렇다면 교육부 장관 적임자는 이래야 한다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면요?
박현경: 네, 전교조 충북지부를 대표하여 세 가지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조건은, 우리 교사들은 현장 사람을 원합니다. 즉 교육부 장관 적임자는 마땅히 교사 출신이어야 하고 현장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현장 경험과 현장 감각을 지닌 사람이어야 합니다. 유·초·중등교육 현실을 문서가 아닌 경험을 통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교육 현장의 고충으로 자기 자신도 괴로워해도 보고 울어도 보고 고민도 해 본 그런 사람이어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7월 15일에 교육부에서 각 시도교육청에 내년도 정원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거의 모든 시도 교육청이 놀랐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감축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원 감축이 교육 현장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학교에서 근무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현장을 정말 잘 아는 교사 출신 교육부 장관을 원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 조건은 지금 교육에서 시급한 문제로 교권 문제가 있습니다. 교권을 보호하고 또한 시민으로서 교사의 권리인 정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도 강력하게 목소리 내어 줄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은요. 지금까지 윤석열, 이주호 쌍두마차가 추진해 온 각종 교육 개악 정책들을 단호히 폐기할 수 있는 결단력과 확고한 교육 철학을 지닌 사람을 원합니다.
Q: 네, 전교조 충북지부가 생각하는 교육부 장관이 갖춰야 할 조건들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해 주시죠.
박현경: 네, 오늘 제가 현장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입에 올리는데요. 그만큼 우리 교사들에게 너무도 절실한 이야기여서 그렇습니다. 교육부 장관에 대한 이야기에 덧붙여 교육감 이야기도 곁들여서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 전체의 수장인 교육부 장관 못지않게 각 시도 교육 수장인 교육감도 중요한데요. 현장을 모르는 교육감들이 밀어붙이는 교육 정책들로 전국 방방곡곡 교육 현장이 많이 힘듭니다. 교육부 장관뿐 아니라 교육감도 교사 출신, 현장 출신이어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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