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쏘댕기기 충북도의회 청사 수박 겉 핥기
유호찬
2022년 착공, 1천억여원을 들여 2025년 충북도의회 신청사가 건립되었다.
도의회 신청사 뒤편 도청 별관은 지금도 공사중이고, 준공하던 날 건물 곳곳에선 비가 주룩주룩 흘렀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눈물이 넘쳐 빗물처럼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첫 인상은 심기불편.
도청과 의회를 연결한 연육교, 공중에 띄운 시공법이 권위를 상징하는 것 같고, 비효율과 부조화를 느끼게 한다.
도의원, 공무원, 시민 들이 횡단보도를 건너 오가며 서로 마주치며 날씨도 명함도 민심도 건넬 수 있었을 텐데...조망권 침해다.

불가촉 시민이기에 빙빙 돌아 의회에 도착.
앞마당에는 봉두난발 잔디와 그늘 없는 벤치, 나름 의미 부여된 조형물, 식물과 공생한다는 취지라는 데 도무지 적절치 못한 조경(단순 식재), 옛 중앙초등학교를 기억한다며 다시 꽂아 놓은 소나무의 앙상함과 꽂혀 있는 소나무 살충제, 친친 감았던 철사가 그대로 감겨 있는 나무뿌리와 빈약한 화분, 식물의 숨구멍은 막혀 있고 수분 공급을 하겠다 설치한 수도꼭지, 동작감지 센서가 없어서 자칫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음성안내 표지판 등등...
천 억 짜리 공공 공간에서 사진 한 컷 건질 수가 없다.








뭐 하나 창의적이고 칭찬할 만한 것을 찾아보려 했지만, '도민이 중심 신뢰받는 의회'가 아니라 '도민이 가생이 신뢰없는 의회'라는 생각뿐이었다.

좋은 수박을 고르기 위해 꼭 쪼개거나 홈을 파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수박 겉 핥기의 역설이다.
오늘 충북도의회 신청사 쏘댕기기는 내부를 보지 않아도 너끈히 건축물의 알찬 정도를 알 것 같아서 입맛이 몹시 쓰다.

머지않아 또 선거.
먹어봐야 고기 맛을 아나?
충북도와 도의회 구성원들의 창의성, 시민에 대한 진정성, 그리고 지방 분권을 위임 받은 자가 갖춰야 할 직업정신에 대해 신맛이 난다.
사족 : 중앙초등학교 건물과 운동장, 오래도록 아낌없이 내어주고 시대를 함께 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나무들을 살렸더라면...구축이 신축보다 권위와 품격,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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