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라일리 블랙 지음, 조정남 옮김
“책의 제목은 원제 ‘지구가 녹색일 때’이다. 난 그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이재헌
식물을 돌보고 가까이 관찰하다 보면 그들이 얼마나 환경에 적응이 빠르고 민첩한지 놀라곤 한다. 키 큰 나무들뿐만 아니라 길가의 하찮아 보이는 잡초도 사실 수 억 년 이상 대기, 육지, 그리고 바다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고 후손을 남긴 생존의 대가들이다.‘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이 책에서는 식물들의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명체들을 서로 어떻게 포섭하거나 잡아 먹히거나 상호 작용했는지를 독자가 생생히 상상해 보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나 또한 이번 독서를 하며 수 억 년 전의 해변에 서서 생존을 위해 터를 잡은 식물들과 그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동물들을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듯 글로서 펼쳐지는 묘사를 즐길 수 있어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참고로 이 책의 제목은 원제 ‘지구가 녹색일 때’이다. 난 그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이 책 제목을 바꾸면서 출판사에서는 중고등학생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이 책을 학습용으로 사주기를 바랬는지 모르겠다만, 이 책은 일반 과학도서가 아니다. 저자는 식물, 동물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 보기를 바랐던 것 같다. 저자 라일리 블랙이 마치는 글에서 적었던 ‘식물은 언제나 퀴어하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생태계는 돌연변이를 배제하지 않는다. 대부분 돌연변이는 당연히 생존에 불리하다. 그러나 달라진 점을 가진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나 가치있다. 과거에 얼마나 번창하였든 주류(main stream)와 동일함만을 고수하던 모든 존재들은 생존하지 못했다. 자연을 착취만 하던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시간이다. 우리에게도 퀴어를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글로 쓴 그림책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이은규
이 책을 읽을 때 글로 쓴 그림책 같은 느낌이 자주 들었다. 내가 이상한 나라의 폴이 되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박테리아를 보고 태고의 숲, 아마존을 능가하는 거대한 숲을 느끼고, 폭식하는 공룡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시간을 선물한 책이다.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의 과정을 낭만적으로 글로 그려낸 책.
우리는 지구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 그러니까 사람을 중심에 두고 해석하거나 증명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게 아니라면 크기와 힘을 중심으로, 즉 공룡이나 메머드 같은 거대 동물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기억하고 유추하고는 한다. 사실은 그 전제가 얼마나 하찮고 어리석은 명백하게 ‘틀린’ 전제인 줄도 모르는 채 말이다.
빙하기와 온난화, 운석의 대충돌과 화산폭발 그리고 지각의 변화 등등 인간이 말하는 재난이라는 것이 사실은 지구라는 행성 공동체 안에서 수많은 생명체들을 멸종시키거나 또 다른 가능성들이 현실이 되어 다채로운 생명들이 변주와 변종을 통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 안에는 필연 따위는 없었다. 물론 현재의 기후위기는 인간이 창조한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만들어 낸 필연이지만 말이다.
자연은 본래 이상하고 기이한 것이다. 퀴어함이 자연의 본질이다. 그 퀴어한 자연을 말짱하게 인간의 얼굴과 신체로 심지어 사고까지 대체하려는 필연의 세계는 자연에게는 재앙이다. (AI가 인간에게 재앙이 될지 말지는 자본이 결정하는 필연의 세상) 그러나 자연은, 지구라는 행성은 숱한 재앙의 한가운데를 무심하게 흐를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멸종을 하든 말든 개의치 않은 채로 또 다른 생명의 가능성을 무한히 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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