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의 그가 겪은 아픔들.
그가 견디어 낸 시간 위에
내가 서 있음을 문득
깨달았을 때 오는
서글픔.
고마움.
측은함.
그리고 깊은 미안함.
그리고 나의 시간을
나만이 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에 대한,
내 뒤에 올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니
이 시간을 잘 지내보자는, 의무감과는
다소 다른 감정...
결국 너의 평화에 기대어 내가 있고,
내 평화는 너에 기인한 것임을
다시 보는 경험.
4. 16. 베트남. 제주 4.3....
슬프고
아프고
험하고 숨겨진 역사의
진실을 위로하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어 창피하나
(나는 나의 밥벌이에 급급하고...,)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내 가슴에 들어와
은하수가 되었다.
사소하고
소박하게라도
나도
그들의 발걸음에
도움이 되기를,
조용한 지지자라도 되기를...
✻ 아이들이 즐기는
깻잎장아찌를 담그려고
빨간 다라이 한 가득 물 받아
깻잎을 씻는다.
살며시 다가와
한 잎 한 잎 자그마한
손에 올려가며
깻잎 씻던 아이가
말한다.
깻잎이 모양이 다 다르네.
사람이 다 다른 모습인 것처럼...
그래,
우리가
서로가 다 다르다는 것을
늘,
기억했으면...
그리하여,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서로 사이에 흐르는 평화가 깊어졌으면...
✻ 여름을 지나오며,
빨랫줄에 빨래집게가 부족해,
나가면 사와야지 하다가
한 계절이 다 흘렀다.
어느 날, 외출하여
빨래집게를 두 봉지 사들고 온
남편의 고마운 손과 마음.
곧바로,
빨랫줄에 빨래집게를 널고는 뿌듯하고,
충만한 마음에
빨래 없는 빨랫줄을 그윽하게
바라보던 나...
흐흐흐...
빨래집게만으로도 충만해 질 수 있다니...
✻ 기다리다 인생이
다 흐르겠다 싶은, 날...
아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세수하고 밥 먹고,
말끔히 학교갈 준비하는 것을 기다리고,
세탁이 다 되기를 기다리고,
커피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점심 때가 돼서는 간단히 국수상 준비하고,
남편 부를 적당한 시간을 기다리고,
오후 출근해서는
함께 지낼,
성장을 함께 나눌 아이들을 기다리고,
그렇게 분주히 움직이다,
저녁...
나를 기다리는 식구들에게로
돌아온다...
기다림과
시간이 함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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