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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

<제63호> 내가 마주한 풍경_잔디(允)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9. 26.

1. 

숲 곳곳 눈길 닿는 곳에

원추리가 피어난다.

근심을 달래준다기에

한 송이 따서

따뜻한 물 부어

마시려다 그마음을 접는다.

주홍빛 그와 눈을 마주칠 때 

내 근심이 무언지 보고

마음을 달래면 그뿐 인 것을...

고마움이 담긴 손길이라도

생명을 취하는 내 손을 

보는 것이

, 어려운 아침.

 

2.

사랑스런 나의 연세 많으신 그들...

수업시간에 툭툭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시다가는

이내, 명언을 남기신다.

지난주에 받은 명언.

 

욕먹어도 신경 쓰들 말어.

지가 줬는디 내가 안받으면 그만인겨.

내가 안받으면 그 말이 누구꺼여.

다시 지꺼지.

 

상대가 비난을 나에게 보낸다고 생각이 들 때,

휘둘리지 않으려고,

떠올리기도 하는 문장.

it is not about me.

그 문장을 배우고 나서

내가 만들어낸 문장.

it is about you.

내 스승의 말처럼,

"그건 네 말이다."

그렇게 정신차리고 있을 때,

내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공감뿐...

 

, 서운해?”

 

3.

며칠 전 저녁 식사하면서 

실수로 만들어낸 문장.

자랑에서 획 하나 생략하면

사랑이더라...

오로지 나만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 마음 한 근 내려놓고

고개 들어 다시 세상을 읽어보니

오로지 가 온 세상이더라

 

꿈보다 해몽...인가.

 

4.

좀 조용히 하라고 

아이에게 말하다 움찔한다.

세상에, 아이가 똑같은 말을 

나에게 건넨다면, '지시'한다면,

많이 서글프겠다 싶기도 하여서...

그래서,

다시 건넨 말,

엄마가 그렇게 말해서

서운했지?

지금 엄마가 들을 수 있어~

조금 전에 하려던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 엄마~ 생각이 날아갔어....

ㅠ ㅠ....

 

5.

불현듯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가짐을

내가, 본다.

어떤 이는 마음까지 웃으며 맞고,

어떤 이는 처음에는 뜨악하게,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불현듯 

찾아왔더라도, 이 숲속까지

나를 만나러 

그의 몸과 마음이 흙길을 걸어

오신 사실을 받아들이고는,

맞이할 때 가졌던 불편한 마음에,

부끄러워지는...

마음까지 빨개지는...

 

6.

사람은, 자신이 걸어가는

경험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혹은 나만 배려하는

습성을 키워간다.

병원에서 오랫동안 앓아본 사람은

병문안할 때, 반찬을 이지가지해가지고 간다.

마음을 담은 선물을 만들어간다.

수줍게 건네는 돈에도 마음을 담아 간다.

경험 속에서 무얼 배울 것인가?

경험이 나를 찾아온 것을 비난할 것인가?

나에게 묻는다.

 

7.

'말없이 오래 걸으며 가득 차오르거나

다 비워내'지 못해 며칠...

'먼 길 천천히 물길처럼 흘러갈 수' 있으면 하고, 바라게 되지만,

오늘은 그저,

'등뼈 깊숙이 새겨진 마음자리 빈 곳'이 그리워 '눈빛 오래 가 닿는 지점에 

서늘히 마음' 머무르는 곳에

그저, 있어요...

자책으로가는 저를 보듬고 싶은,

이 바람도 

지나가겠다 싶은...

                      시인에게...

  (  '   '안은 김은숙 시집, 부끄럼주의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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