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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촉하지 않는 천천한 걸음으로
한 계절이 흘러가는 허공
어쩌면 평온이라고 해도 좋을 표정을
이렇게 지어도 될까
골똘했던 시간의 체온을 잃고 다가온 평온에
그럴싸한 무늬의 평화를 두르고 살지만
불현 듯 뜨거워지는 눈시울이
서글픔 때문은 아니어서
발밑으로 지나가는 무상의 그림자를
그저 바라본다.
- 「공중산책」부분, 김은숙
5월 4일. 2017.
밖에서 들어왔으나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아
나를, 너를,
끊임없이, 규정짓는 말.
비난하는 생각...
그 말과 생각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 나와
그 말에서, 그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
그 간극을 가깝게 하려,
애쓰고 있으나,
쉽지않아...
5월 9일. 2017.
지금,이 좋다.
저녁 일찍 해먹고 잠시 걷기에도 적당하고,
밤공기를 가르며 딸아이와
달리기 시합하고서는 서로 마주 보며
깔깔거리기에도 좋은...,
잠자기 전,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각자의
시간을 보낼 때,
너무 짙지 않은 어둠 속에서
숲의 생명들이 놀라지 않을 만큼의 소리로,
선선한 바람 맞으며,
띄엄띄엄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만드는 기타 선율에,
나즈막한 목소리를 얹는,
아직 모기 뜯길 걱정이 없는...
잠깐의
이 시절,을 즐길 뿐.
5월 11일. 2017.
대지에 꽉 찬 초록을 바라보다 집을 나선다.
멀리서 내가 머물던 자리를 본다.
새롭게,
내가 머물렀던 그곳이
내 배경이 되고,
자리를 바꾸면,
다시 내가 배경이 되는...
내가 사람과 맺는 관계속에서,
내가, 기꺼이
그의 배경이 되어주는
그런 관계라면
참∼ 좋겠다.
5월 15일. 2017.
내가 어떤 말을 내고 있는지,
상대가 내어 놓는 말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찾고 함께 머무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말을 내놓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지...
이제 알 것 같다고 하면
나는 너무 먼 길을 돌아온 것일까?...
이 생각조차 놓치고,
다른 생각에 자주 휘둘리는 나는,
여전히 길을 놓치고
에돌고 있는 것일까?...
5월 19일. 2017.
이른 아침, 밭에 나가면서
라디오를 켜놓고 일하는
남편의,
“요즘 아침 뉴스 듣는 일이 즐겁다.”라는
표현을 들으며,
깊이 공감할 수 있어서 함께,
즐거운 날들.
이미 그리 흘러야했을 일들이
이제 그리, 돌아가는 흐름을
감사와 고마움으로 받으며,
참, 기쁘다.
사람들의 일상이
당연한 흐름들로 채워지기를...
당연함들이 많아져
사람들의 마음들이 감사로 덮여지기를...
5월 21일. 2017.
아이들 씻을 물 데우려
아궁이에 바짝 마른
주목 가지를 넣고 불을 지피니
타다닥 타다닥 소리를 내며
일순,
뜨거운 불길이 내게로
다가온다.
타들어가는 불.
따뜻한 기운으로 남는다.
그이를 보며
나의 소멸을 생각한다.
영화 행복목욕탕에서의 엄마처럼
따뜻하고
용기있게 기억되기를...
지금,
그렇게 살자~!
나야~!
#잔디 #초록이대지에가득찬 #산위에부는바람 #제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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