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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수희씨와 책읽기(종료)

<제 101호> ‘공정’을 외치면서 ‘불평등’은 외면하는 대통령에게 권함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회원)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9. 28.

 

오늘 아침 신문엔 문재인 대통령이 제1회 청년의 날을 맞아 한 연설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37번이나 썼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문제가 제2의 조국 사태가 될까봐 공정을 강조한 걸까? 청년의 날 행사엔 BTS가 나서 청년들을 응원했다. 다시 태어나도 BTS처럼 되기가 힘든 게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인데, BTS를 내세워 청년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최근 코로나로 인해 2030 수도권 여성 자살률이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론들은 왜 2030 여성들이 코로나 블루에 더 취약하냐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고용불안으로 일자리를 잃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육아에 지친 여성들이 자살을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그럴싸한 분석이지만 개인 탓만 하고 지나가선 안 될 일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OECD 국가 가운데 몇 년째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청년들만 살기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살기 힘든 이상한 나라가 됐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이상한 나라, 헬조선이라 불리는 지옥에 살게 된 것일까? 해법은 있는 것일까? JTBC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를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해 온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강의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 해법을, 아니 희망을 찾고픈 마음에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읽었다.

김누리 교수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없는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누리 교수는 대한민국은 정치에서는 민주화를 이뤘지만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는 민주화가 되지 않았으며, 우리의 일상엔 파시즘이 넘쳐난다고 말한다. 김누리 교수는 독일을 비롯한 서구 유럽은 모든 형태의 억압을 거부하는 68혁명을 거치면서 사회적 정의를 만들어나갔지만 대한민국은 그러지 못했다며 독일사회와 비교하며 한국 사회를 진단했다. 김누리 교수는 대한민국의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보수와 수구로 나뉘어져 있으며 세대를 대표하지 못하고,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자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86세대가 과잉 대표 돼 정치권력을 독점하며 근본적 개혁 없이 기득권만을 지킨다고 비판했다. 86세대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한다.

김누리 교수는 교육문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독일의 교육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대한 자신의 재능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반해 한국의 교육은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이며 경쟁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누리 교수는 성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성교육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배우는 민주주의 교육인데도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죄책감만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 사회가 끔직한 자기 착취 사회라고 고발한다. 자기착취 사회는 끊임없이 자기를 비난하고 착취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권리도 박탈당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른들이 단합해서 학생들을 노예 상태로 묶어놓고 있는 형국이라며 학생들에게 학벌 사회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누리 교수는 자본주의는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의 속성을 지녔다며 많은 나라들이 시장경제의 효율성은 살리면서도 야수성을 통제하기 위해 사회적노력을 기울이는데 비해 대한민국은 오히려 야수자본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야수자본주의는 엄청난 불평등과 실업을 야기한다. 그런데 우리는 실업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사회안전망이 없으니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를 비난하고 착취하다가 결국 제 삶에서 소외된 이들이 막다른 길에 다다라 선택한 죽음이다.

 

김누리 교수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하자고, 국가가 사회적 역할을 더 해야 한다고, 기득권만 지키려하는 86세대는 이제라도 개혁을 추구하라고, 우리 아이들을 언제까지 노예로 살게 할 거냐고, 위기에 처한 국민들에게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분단체제를 극복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평화도 강조한다.

기득권 일부 세력만 편안함을 누리는 지금, ‘엄청난 불평등앞에 놓인 청년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질문이 떠나지 않는다. 김누리 교수가 제시한 해법이 먹히지 않을 듯 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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