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수희씨와 책읽기(종료)

<100호> 진실을 밝힌다는 건…! 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9. 1.

인권연대 숨 소식지 100호를 맞아 뭔가 특별함을 더한 이야기를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 여러 차례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책을 떠올리다 내려놓았다. 책읽기는 그 달에 읽은 책을 중심으로 쓸 때도 있지만 원고를 쓸 당시의 고민을 담아내기 위해 일부러 책을 골라서 살펴볼 때도 많다. 시의적절한 이야기를 하고픈 마음에. 이번엔 시의적절함에 더해 특별함까지 고민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선택한 책은 바로 <CJB청주방송 이재학PD사망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이하 진상조사보고서). PDF 파일로 폰으로 대충 읽은 보고서를 종이 책으로 꼼꼼히 정독했다.

 

진상조사보고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고인이 부당해고를 당했는지, 노동자성이 인정되는지, 재판과정에서의 위증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해 고인의 억울함을 밝혀냈다. 둘째 현재 CJB청주방송 내에 존재하는 도급, 파견,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조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조사했으며 근무 환경과 조직문화 등도 상세히 조사해 담았다.

 

 

진상조사위원회의 표현대로 이재학 PDCJB청주방송의 노동자로 볼 수 있는 증거들은 차고도 넘쳤다. 증거와 증언들을 빠트리지 않고 꼼꼼히 담아냈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고인이 참여했던 프로그램들은 CJB 프로그램의 거의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았다. ‘아름다운 충북, 시장에 가자, 전국TOP10 가요쇼CJB 청주방송을 대표하는 프로그램들은 연출했다. 아름다운 충북과 시장에 가자 등에 프로그램은 지자체 보조금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도나 시군 공무원들조차도 이재학 PD를 정규직 PD로 알고 있을 만큼 업무를 주도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측은 고인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고인을 프리랜서라고 PD로 부른 적 없다고 주장했다. 소름끼치게 한 부분은 바로 부당해고를 한 가해자가 재판과정에서 위증도 서슴지 않았던 사실을 짚어낸 부분이다. 모르쇠로 일관한 가해자의 답변을 글로 읽자니 참 기막혔다. 고인이 말하던 억울함을 조금 이해했다고 해야 할까! 고인이 어떤 태도로 일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했는지, 부당해고를 당하고 나서 어떻게 CJB와 싸워왔는지, CJB는 고인과 소송을 하면서 얼마나 조직적으로 은폐에 나섰는지 조직적 은폐에 가담한 여러 사람들의 흔적을 하나하나 되짚어 내는 일이 꼭 필요한 일임을 보고서를 읽을수록 새긴다.

 

이재학 PD가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낱낱이 밝힌 보고서를 주의 깊게 읽으면서 누군가의 죽음이 그저 한낱 사고나 사건 만으로만 남아선 안 되고 그리 될 수도 없다는 걸 생각했다. 진상조사보고서는 방송계의 비정규직의 현실을 들춰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진상조사보고서에 담긴 CJB의 노동현실은 비단 CJB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기에.

 

진실을 밝히는 일은 참으로 험난하다는 것도 대책위 활동을 통해 배웠다.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그 사실을 사측도 인정하고 온전한 명예회복을 하기 까지 여러 사람의 노력이 깃들고 연대의 힘이 필요했다. 이런 노력들 끝에 치러진 이재학 PD의 명예복직 행사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명예복직 사원증을 가슴에 끌어안고 오열하는 고인의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이런 잔인함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활동가로서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끔 해야겠다는 다짐도! (진상조사보고서는 인터넷에서 PDF파일로 누구나 다운로드 해 볼 수 있다. 꼭 읽어봐주시길!)

 

PS <수희씨와 책읽기>를 꽤 오랫동안 써왔다. 귀한 지면에 걸맞은 글을 쓰기 위해 애썼으나 부족함도 많다. 언제까지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100호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