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의 사람들에게 그늘과 바람 그리고 쉼을 주는 가로수. 하지만 좁은 보행로에서 자라는 가로수는 보행자의 방해물로 전락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 병든 가로수는 처치곤란 흉물로 방치됩니다. 사람과 자연, 어떻게 공존하고 있을까요? '도심 속 가로수'를 통해 알아봅니다.
지난 7월 20일 인권연대 숨과 함께하는 도시쏘댕기기 "안녕 나무야?"를 위해 청주시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의 일환인 중앙동 소나무길~ 청주시청 후문 구간을 방문했습니다.
오늘 도시쏘댕기기 길잡이는 인권연대 숨 회원이자 아보리스트(수목관리전문가) 이재헌 님입니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시민들이 가로수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간이 진단표를 만들어오셨는데요.
중앙동 소나무길에서부터 진단표를 들고 출발합니다!
도심 속 가로수를 관찰할 때 중요한 기준점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1. 공간에 적합한 수종 선택
2. 건강한 토양
3. 굵은 가지를 절대 자르지 않는 것
중앙동 청주 소나무길은 이름에 나타난 것처럼 대부분 소나무가 있고 중간중간 은행나무, 느티나무도 섞여 있었습니다. 소나무길 양쪽으로 상가가 있고 보행로 한가운데 소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보행로보다 더 높게 나무를 심은 건 아마 배수를 위해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곳에 주로 심겨져있는 <소나무>는 산과 숲에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소나무는 공해에 취약한 나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나무길> 이라는 명칭은 근사하지만 도심 속에서 함께 공존하기 적절한 나무일까 반문해봅니다.
두 번째는 토양 상태 입니다. 나무도 숨을 쉬면서 성장을 하는데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나무 몸통 뿐 아니라 뿌리로도 호흡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 줄기와 뿌리의 연결부(근관)가 살짝 드러나도록 심는 것이 중요하고 땅 속 뿌리도 숨쉴 수 있도록 토양 속에 공기가 잘 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양을 발이나 손으로 눌러보았을 때 살짝 들어갈 정도의 틈이 필요한거죠.
참가자들이 직접 토양을 확인해보았을 때 아주 딱딱한 상태였습니다.
이곳 뿐 아니라 대부분 도심 속 가로수들은 보행로 설치 당시 땅을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나무의 토양도 딱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토양은 숨을 쉬는 것뿐 아니라 나무뿌리가 성장하는 데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무의 뿌리는 보통 아래로 자랄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 옆으로도 엄청나게 성장한다고 합니다. 나무에게 생명줄과 같은 물과 무기양분을 흡수하는 뿌리는 토양 표면 바로 아래 한 뺨 깊이에만 위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뿌리뿐 아니라 잎도 옆으로 자라나죠. 그렇기 때문에 나무가 성장할 것을 고려하여 나무의 간격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가로수길의 소나무들은 상대적으로 좁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나무 간의 거리가 좁으면 뿌리나 잎이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소나무의 경우는 좁은 공간에 맞춰 과도한 가지치기를 하면 나무가 쓰러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나무 주변에는 미관을 위해 작은 식물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이를 '하층식생' 이라고 합니다.
자연, 숲에서는 나무와 하층식생이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소나무길에 있는하층식생과 가로수는 어떤 관계일까요?
소나무의 경우는 자연에서도 하층식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소나무 잎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그 잎에 있는 타감물질(자신을 방어할 때 내뿜는 화학물질) 때문에 하층식생이 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지치기 상태입니다.
나무, 가로수는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세금을 들여 곳곳에 가로수를 심는 거죠?
하지만 이재헌 아보리스트는 "나무가 건강할 때" 의 이야기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내 가로수는 더 새롭게 심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양적으로 팽창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많은 가로수가 빈번하게 베어져버리고 관리부실로 썩어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가로수의 관리 주체인 지자체는 '나무가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쉽게 답변하고 말기도 하는데요.
과연 가로수가 건강하게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나누며 공존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가로수의 건강을 훼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잘못된 가지치기'라고 합니다.
나무에 대한 이해 없이 이루어지는 가지치기는 결국 서서히 나무를 썩게 합니다.
나무는 아주 강한 생명력, 면역체계를 가졌기 때문에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끊임없이 방어하면서 성장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가지치기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병원균을 방어하지 못하고 썩게 됩니다.
적절한 가지치기 위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잘라내거나 전깃줄, 큰 키 때문에 나무의 머리, 성장에 중요한 가지를 잘라내 나무가 썩어들어가서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소나무 길, 청소년 광장에도 잘못된 가지치기로 인해 썩어가는 나무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는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고 썩어가기 시작할 때 다양한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지치기 방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참가자들도 나무가 썩어가고 있는 모습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나무의 표면이 검게 썩고 균열이 가거나 나무 또는 나무 주변에 버섯이 필 때,
나무가 기울어져 있거나, 밖에서 나무를 두드려보면 속이 비어 있을 때 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신호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의 나무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상처를 아물게 하고 있지만 상처 부위가 너무 커서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잘못된 가지치기로 인해 나무의 모양이 이상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가끔 앙상한 가지에 한쪽에만 새싹들이 많이 피어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맹아'라고 합니다. 그냥 보기에는 나무의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무에 맹아가 올라온다는 의미는 나무가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잎도 부족해지면서 영양분 섭취를 하지 못해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는 의미입니다. 급격히 잎을 만들어 내 위기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것이지죠.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 위로 데크(나무 바닥)를 설치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나무 위로 데크를 설치하는 행위도 잘 설치하면 나무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나무의 성장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좁은 공간을 마련해두면 안 된다고 합니다.
나무도 사람처럼 나무 표면에 수많은 혈관이 있는데 그 관을 통해 수분을 공급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좁은 가림막, 데크 또는 큰 나무를 지탱하기 위해 철사(와이어) 등으로 나무 표면을 손상하면 나무 내부로 물의 이동을 방해하게 된다고 합니다.
소나무길을 지나 청소년 광장 - 도시재생센터 앞 공터로 향했습니다. 이 구간에는 대부분 아스팔트로 도로가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 위로 용도를 알 수 없는 통 같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그 속을 들여다보니 나무가 잘려 나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무가 성장하기도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여 결국 얼마 못 가 용도도 없이 방치되 버리는 조영물을
왜 설치해야 할까요?
도시재생센터 앞 공터에서 계속 직진하면 청주시청 후문으로 가는 길이 이어집니다.
이 길에는 오래된 플라나타스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는데요.
시청 후문의 가로수들은 그 자리에서 산지 오래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을까요?
플라타나스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최소 2~30m는 자라는 덩치 큰 나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나무들에 비해 생명력이 강하고 잘못된 가지치기도 잘 견디는 편이기 때문에 가로수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 시청 후문에 위치한 플라나타스가 2, 3층 건물 높이로 성장하고 전깃줄과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나무보다 더 생명력이 강하고, 현재의 자리에서 오래 자란 나무이니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물질이 가득 차 있는 나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수목 관리에서 핵심적인 내용인 '나무 외과수술'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나무외과수술은 부패가 시작된 나무 부위를 제거하고 살균, 살충처리를 한 후 탄성 재료를 사용해 수목 생장을 돕고 상처 부위를 치유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외과수술은 '나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합니다.
국제적인 추세는 40여년 전 부터 외과수술을 지양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외과수술의 핵심은 부패된 나무의 동공(구멍)에 우레탄이나 실리콘을 주입하여 외부의 공기를 차단하고 그 안에서 나무를 썩게하는 다양한 병원체들이 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인데요. 나무는 살아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모양이 바뀌고 동공에 충전한 내용물이 훼손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충전물을 채우기 위해 나무를 훼손하여 더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플라타나스는 나무의 가장 아랫부분이 오랫동안 부패가 진행되고 방치된 모습이었습니다.
그 가로수 바로 옆 상가 주인분은 나무가 쓰러질까 봐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나눠 주셨습니다.
육안상 보기에도 나무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어떤 나무는 나무 아래에 알 수 없는 고철 물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보행로를 설치하기 이전의 보형물일까요?
나무 외피에 고정하는 와이어 하나도 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데 저 알 수 없는 보형물은 나무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았습니다.
좀 더 직진하다 보니 부패 문제로 이미 제거가 된 나무의 빈자리가 보였습니다.
제거된 부위를 보니 나무가 속에서부터 썩어들어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가로수들, 이게 수명을 다해서 제거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플라타나스와 같이 엄청난 성장을 하는 나무들은 점점 뿌리가 자라면서 보행로를 뚫고 나오게 됩니다.
더군다나 플라나타스는 위로 길게 자랄 뿐 아니라 뿌리도 엄청난 성장을하기 때문에 보행로가 성장에 방해가 되고 보행로의 모양이 변형될 정도로 자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휠체어나 유모차 어린이들에게 위험한 보행로가 되는 것이죠.
나무 때문에 보행로가 훼손되었을까요?
애초에 나무를 적절한 공간에, 적절한 수종을 심고 제대로 관리했다면 차도와 주차장에 밀려 점점 좁아지는 보행로를 가로수와 함께 더 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일입니다.
<안녕 나무야?> 도시쏘댕기기를 마칠 지점으로 걸어가다보니 나무 체크리스트에 나오는 '기울어진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의 모양이 이상했습니다. 잎도 몸의 크기에 비해 빈약하고 기울어진 반대쪽은 나무가 갈라져 있었습니다.
반대쪽으로 넘어가 기울어진 반대편을 관찰해보니 나무의 절반이 썩은 채 방치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나무는 어쩌다 이렇게 까지 많이 훼손되었을까요? 부패한 곳의 맨 위에 굵은 가지가 있던 위치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 굵은 가지가 바람 등에 의해 부러지면서 큰 상처가 발행하고 그 곳부터 병원균이 침투하여 부패가 진행된이 나무는 이제 더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모두가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도시쏘댕기기의 길잡이를 해준 이재헌 아보리스트는 '무분별한 가지치기'를 가로수 훼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아보리스트의 경우에는 가지치기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직접 나무를 타고 올라가 기계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의 잔가지들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지만 고공차를 이용한 과도한 가지치기는 비용도 비싸고 나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 가로수 관리와 관련된 법과 조례의 내용이 너무나 빈약한 것 또한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가로수 관리와 관련된 국제 기준은 가로수 훼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관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가로수 관리하는 노동자 안전보장에 대한 내용까지 담겨야 한다고 합니다.
도심 속 유해물질로 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무더위 아스팔트의 열기 속에서도 사람들을 지켜주는 가로수,
우리는 과연 가로수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을까요? 도심 속 자연과 공존, 가로수 관리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도시쏘댕기기 > 2020~2021년 도시 쏘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상버스 타고 쏘댕기기 2탄 “국립현대 미술관 관람기” 후기-구원일꾼 (0) | 2021.10.06 |
---|---|
<모집> 저상버스타고 쏘댕기기: 국립현대미술관 & 문암생태공원에 갑니다. (0) | 2021.09.14 |
인권연대 숨과 함께하는 도시쏘댕기기 - 안녕? 나무야. (0) | 2021.07.12 |
<모두를 위한 모두의 도시 - 저상버스타고 피카소보러가기> (0) | 2021.06.29 |
<후기> 도시쏘댕기기 4탄! 5월은 푸르구나?! (0) | 2021.05.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