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갈등/아만다 리플리
구원 일꾼
우연히 <시사인> 기자의 추천란에서 이 책의 제목을 발견하고 홀린 듯 구매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갈등의 필요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고도갈등을 경계한다. 사람들이 고도갈등에 빠지게 되는 과정, 이유부터 거기에서 빠져 나오는 과정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사실 저자의 의견에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존재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고도 갈등의 배경과 과정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려는 노력이 존재하지만 비판의 추가 한쪽으로 쏠려 있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또한 갈등의 필요성을 상당히 소극적 범주 안에서만 인정하는 것 같아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배경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바꾸지는 않으면서도 상호간의 만남을 통해 환대하고 토론하며 존중하는 사례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인간의 복잡성을 인정한 질문과 대화들이 사회와 자신의 내면을 파괴하지 않은 채 갈등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부분 또한 공감이 갔다. 갈수록 잃어가고 있는 내 안의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불꽃을 잠시나마 일깨워 준 책이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은규 일꾼
여러분이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꼭 다녀오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이 너무 간절해 게으른 글을 씁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인용하는 것으로.
여섯 살 카야를 두고 엄마와 오빠, 언니들이 떠났고 마침내 가장 친했던 오빠 조디마저 떠났을 때 ‘카야의 가슴에 검고 고운 진흙 덩어리처럼 묵직한 슬픔이 얹혔다.’
겨우 용기를 내어 학교에 갔을 때 ‘카야는 교실 뒤편 자기 자리에 재빨리 주저앉아 참나무 등걸 주름에 녹아들어 자취를 감추는 나무좀처럼 사라지려 애썼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할까?’
십육년만에 찾아 온 조디는 ‘카야의 부엌에 대롱대롱 매달린 외로운 삶을 보았다. 채소 바구니 속 소량의 양파들, 접시꽂이에서 마르고 있는 접시 하나, 늙은 미망인처럼 행주로 곱게 싸둔 콘브레드에 고독이 걸려 있었다.’
‘심장을 싹싹 쓸고
사랑을 잘 치워두네
다시는 쓰고 싶어질 일이 없으리
영원토록’
- 에밀리 디킨슨
‘나는 사람들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이제 드디어 나를 좀 내버려둘지도 몰라.’
진흙탕 같은 삶에 미끄러져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았다. 세상과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 따위에 굴하지 않은 카야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스스로를 존중했기에 ‘마침내’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도달했다.
'소식지 > 책 숨 , 슬기로운 탐독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2호> 슬기로운 탐독생활 (0) | 2023.04.24 |
---|---|
<130호> 기적의 도시 메데진, 처음 가는 마을 (0) | 2023.02.27 |
<128호> 책 숨, 슬기로운 탐독생활 (0) | 2023.01.30 |
<127호> 책 숨, 슬기로운 탐독생활 (0) | 2022.12.07 |
<126호> 책 숨, 슬기로운 탐독생활 (0) | 2022.10.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