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인권연대 숨 회원)
“저 미성년자인데 담배 파셨죠? 신고할까요? 아니면 현금 40만원 주고 끝내실래요?"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술과 담배와 같은 유해 약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하여 술, 담배 등을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판매한 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안 취지가 무색하게 청소년을 유해 약물 등으로부터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엄벌주의’가 적용되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또한, 위 사례처럼 일부 못된(?) 청소년들은 청소년 보호 관련 법안의 맹점을 교묘히 악용해 업주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수법의 신종 청소년 ‘공갈범죄자’를 양산하는 셈이 돼버렸다.
”2004년 이상 구매 가능한 상품입니다. 신분증을 제시해 주세요“
편의점 등에서 술과 담배 같은 청소년 유해 약물에 해당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19세 이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구매자가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있을 때는 친절하게 ‘마스크를 내려보라’라고 요구도 하고, 얼핏 청소년 연배로 보이는 구매자에게는 신분증과 실물을 대조하고 생년월일을 물어보는 등 청소년 보호 목적에 다르게 구매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실제, 개인정보위원회와 한국소비자연맹 등에서 벌인 설문 조사에서 소비자의 56%는 신분증 인식기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16세 이상의 국민은 누구든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지만, 18세 미만인 사람이 입당 신청을 하는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함께 제출하여야 한다.’
정당법 제22조는 16세 이상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어 과거와 비교하면 청소년 시민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23조는 16세, 17세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정당 가입 시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여전히 만18세 미만의 청소년은 자기를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상태로 보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있어 보호자의 특별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16, 17세 청소년에 대한 보호조치로 인해 본인의 정당 가입 의지가 높아도 보호자가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정당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보호의 개념은 청소년 당사자에 대한 지나친 간섭 내지는 보호자들 스스로 억눌림을 받아들이는 소극적 수용의 개념으로 이해되었으나, 이제 변화된 사회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청소년 보호의 개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까지 보호의 개념이 유해한 환경으로부터의 소극적 보호라면,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참사를 경험한 상황에서 청소년 보호의 개념은 위험한 상황으로부터의 적극적 보호라는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정부와 국가는 위험한 상황을 예견하고 선제적 보호조치를 취하는 일차적 보호 주체로 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 이기주의와 사회적 갈등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보호의 개념은 불안전한 관계의 회복을 의미한다. 어른들과 청소년의 관계가 주종·상하 관계가 아니라 청소년도 당당한 주체로서 인정하고 청소년을 신뢰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보호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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