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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132호> 마약음료 뒤에 숨겨진 검은 그림자

by 인권연대 숨 2023. 4. 24.

마약음료 뒤에 숨겨진 검은 그림자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Level 1 당신의 아이가 마약에 노출되었습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청소년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마시게 한 뒤 학부모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제까지 대마초’,‘필로폰’,‘물뽕등 연예인이나 조직폭력배, 재벌 3세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인식되었던 마약사건10대 청소년 마약범죄로까지 확대되었음을 알리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속칭 퐁당 마약사건에 강남의 학부모는 물론 교육계는 평범한 일상에 침투한 새로운 불안과 공포에 대비해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거리엔 마약, 뿌리 뽑겠습니다는 현수막이 난무하고 정부여당은 미래세대를 위해 마약청정국가라는 5년 전의 명성을 되찾는다고 열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식의 마약과의 전쟁으로 청소년 대상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Level 2 당신의 아이가 마약을 마셨습니다

대치동 마약사건은 당신의 아이가 마약을 마셨다. 돈을 지불하라로 시작된다. 그러니 아이는 왜 마약을 마셨을까?’로 시작하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순리이다. 언론에 비친 대치동 마약사건을 쉽게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다. 부자들이 모여있는 (혹은 애써 부자를 꿈꾸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불특정 청소년들을 상대로 마약음료를 메가 ADHD-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라는 미끼상품으로 홍보하는 척하면서 금품을 갈취하려는 신종 사기 범죄이다. 언론을 통해 재조명된 대치동 청소년과 학부모에게는 이런 류의 음료는 집중력 강화를 위한 흔해 빠진 각성제 음료정도로 치부되는 듯하다. 정작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는 마약류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성적향상과는 무관하며 함부로 사용하면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데도 말이다.

 

Level 3 대치동 검은그림자님이 브레이크 없는 열차에 탑승하였습니다

필자가 대치동 마약사건을 접한 후 처음 들었던 생각은 왜 대치동이지?’하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치동이니까’. ‘대치동이 세 글자가 자라나는 청소년과 학부모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학벌깡패’, ‘부와 명예를 쟁취하기 위한 사교육의 성지’. ‘공교육 위에 대치동’.

현실적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최소한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 정도까지만 용인되는 제한적 선택지에서 청소년은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그 방법이 매우 악위적이고 부정한 방법이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치동은 제한된 부자들만이 탑승한 브레이크 없는 열차와도 같다. 지금은 평지를 달리는 무난한 열차인 것처럼 보이지만 열차를 조종하는 검은 그림자가 언제 내리막을 내달릴지 모르는 일이다. 정부당국이 실체없는 청소년 마약범죄 소탕을 운운하기에 앞서 브레이크 없는 열차를 멈춰 세우지 않으면 마약음료를 넘어서는 또 다른 비극이 언제 우리 앞에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스카이캐슬’,‘일타스캔들과 같은 인기드라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죽음의 소재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대치동의 수많은 검은 그림자를 제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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