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이의 있습니다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선무당이 사람 잡는 사회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무소불위의 절대선’인 양 착각 속에 빠져 있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국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공무원 임면권, 대통령령, 법률안 거부권, 사면 복권 명령 등 주요 권한을 오용 또는 남용하여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가는 형국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양새가 딱 그러하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 모양새다.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하여 정부 부처 주요 요직에 검사출신으로 줄 세우고, 국민정서에 어긋난 사면복권 명령으로 이명박, 이재용, 김기춘 등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최근에는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사라졌던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을 부활하고 ‘마약·조직범죄부’를 신설하였다. 누가 봐도 딱 ‘검찰공화국’이다.
■ 대통령 거부권이 만능 만사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의 권한 중 국회를 견제하는 권한이 재의요구권(再議要求權)이다.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에 이의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도록 반송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벌써 두 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4월 ‘양곡관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였고, 그로부터 40여일 만에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쯤되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주도의 법률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거부권 행사로 일관할 것이 예상된다. 향후 야당 주도로 논의되는 ‘방송법’이나 ‘노란봉투법’이 3호, 4호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되고, 이런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대통령 고유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 보다는 ‘몽니’ 쯤으로 여기게 될 듯하다.
■ 대통령 거부권, 이의 있습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근거가 합당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삶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간호법같이 처음 제정하는 법안에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매우 합당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시한 간호법 거부권 행사의 근거는 ‘특히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을 저해하고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간호사들의 업무영역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의사, 간호조무사들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간호사의 업무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의료영역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규정을 짓는 것이 국민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두어야 할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으로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에서 집에 있는 노인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을 통한 지역사회 건강관리에서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한 영역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의료기관이든 가정이든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의 건강문제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류가 간호사들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기관 안과 밖을 떠나 간호사들의 업무 영역과 간호사들의 삶의 문제는 환자 또는 돌봄 대상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끄럽지만,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임을 자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매번 놓치고 있는 것이 이와 같다. 대통령 후보 당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든 안 했든 국민들의 삶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임을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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