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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소모임 일정 안내/남성페미니스트 모임 '펠프미'

23.3.16 [페미니즘, 남성을 조립하다]

by 인권연대 숨 2023. 3. 16.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주어진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론을 모아 낸 의미있는 책

배상철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매우 흥미롭고 뭔가 도발적인 결론이 도출될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움보다는  답답함과 갈증만이 남는 듯했다. 

책의 내용이 어렵거나 분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제목에서 주는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실망감에서 기인한 탓 아닐까 싶다. 그 이유를 좀더 깊게 들여다 본다.

먼저 남성 페미니스트라는 위치에 대한 문제이다. 
왜? 이 사람들은 어렵디 어려운 위치를 고민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놓고 이 책 어디쯤에 질문에 대한 답이 있는 것인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아마도 책을 통해 삶의 경험을 공유하기보다는 독자로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데 더 충실하고자하는 독서 태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논문 형식을 빌어서 쓴 책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어떤 이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페미니즘을 실천에 옮기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이는 그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이글을 정리해 쓴 저자 2인 또한 각자 다른 생각으로 이 책을 대하고 있었다. 그러니 딱히 누구의 말이 옳다거나 하는 게 없다.

세 번째, 소위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하나같이 남성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을 토로한다. 그 중에는 남성 페미니스트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불편함과 소극적 회피도 있고, 페미니즘 운동이 갖는 특성으로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소극적으로 여성 페미니스트들을 따라 한다는 역할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페미니즘은 젠더 기획으로 가려진 나와 상대를 발견하고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게하는 인식론’으로 규정함으로서 공통적으로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주어진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론을 모아 내고 있었다. 

 

 

 

한 남성 페미니스트의 해방일지 

이재헌


이제 차별을 겪는 여성의 앨라이(동맹자)로서 남성 페미니스트가 아닌 해방자 페미니스트 재헌이 되고자 한다. 이 책은  헤테로섹슈얼 시스젠더인 내가 페미니스트로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내 역할은 여성들이 직면했던 차별에 관심갖고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국한했다. 난 과거와 현재의 언행을 반성하고 성찰하며 일상에서 변화를 꾀하는 정도였다. 머리로는 페미니즘이란 모든 이를 위한 평등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난 내 경험과 삶을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투영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단지 잠재적 가해자였고 돌아온 동맹자로 나를 인식했다. 

 이 책에서 기록한 목소리를 통해 남성연대 안에서 피상적으로 느낀 내 괴로움의 뿌리를 세밀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가족 내에서 내게 요구한 장자로서의 책무, 직장 내에서 지적됐던 나의 남성성 부족 등이 떠올랐다. 제일 괴로웠던 것은 내 스스로 주입하고자 했던 남성다움이다. 좀더 강하고 능력있어야 하는 남자의 모습과 맞지 않는 나를 질책했었다. 난 젠더 기획을 비판하였지만 그 것이 얼마나 나를 옥죄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단지 페미니즘 동맹자가 아니라 젠더 기획과 가부장제에 맞서 해방자의 길을 선택하겠다. 지금까지 펠프미 활동 2년은 그 해방을 맞이하는 길의 입구가 되었다. 이 땅의 많은 남성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숨은 이들에게도 펠프미와 같은 공동체가 함께하길 희망한다. 

 

 

 

 

살아온 습이 주는 안온함을 떼어버리는데 고통이 따른다. 

이은규

 

페미니즘, 남성을 조립하다를 읽으며 '펠프 미'를 생각했다.

2021년 3월 당시 홍보물


“알고자 합니다. 성찰하고자 합니다. 혁신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개과천선하고자 합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페미니즘 도와줘요. 펠프미! 함께 할 남성을 초대합니다.”

2021년 4월에 시작한 인권연대 숨 펠프미 모임 초대 문구. (펠프 미는 페미니즘 헬프 미의 줄임말)

 

성원은 현재 다섯 명. 그동안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후기를 쓰고 토론을 진행해 왔다.

어찌보면 우리 다섯 명은 페미니즘으로 스스로를 조립하는 과정에 있어 동반자이며 개개인은 스스로의 창조자이다.

알아야 성찰할 수 있고 나아가 실천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모여서 우리가 된다.

토론을 통해 구속에서 해방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쉽지 않다. 살아온 습이 주는 안온함을 떼어버리는데 고통이 따른다. 안해도 되는 고민과 없어도 되는 스트레스를 누군들 좋아할까?

그래도 쉬지 않고 읽고 쓰고 함께 토론한다.

천리길은 언감생심이다. 언제나 시작점이고 한걸음이다. 그렇다 해도 멈출 생각은 없다.


‘페미니즘, 남성을 조립하다’에는 수많은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고민과 활동들이 소개되어 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공부하려는 그리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르는 남성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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