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가닥
박홍규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 뭉치라 해도
색깔이 가닥가닥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도시 좁고 냄새나는 거리를 지나왔는지
무슨 계절의 강물을
하루 중 어느 때의 들판을 만나고 왔는지
숲을 통과했다면 무슨 나무 어느 나뭇잎을 거쳐 왔는지
들여다보면
바람 갈피 갈피마다
제각각 묻어 있는 속사정 있기 마련이지만
분명한 건
어디서 무슨 색에 물들어 불어오든
닿는 바람 한 올 한 올마다
나를 흔들어 대고
별수 없이 그때마다 나는 흔들린다는 사실을
그러니 왜 나는 흔들리는지부터
도대체 몇 가닥이 뭉쳐
게다가 끊이지 않고 들이닥치는지
그 중 어느 서늘함에 나는 더 휘청이는지까지
궁리 끝에 알아낸다 해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 나무보다 구름(고두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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