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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쏘댕기기/2024년 도시쏘댕기기

안녕하세요? 장류보위 - 유호찬

by 인권연대 숨 2024. 3. 2.
'안녕하세요? 장류보위' - 봉명, 사창 이주민 마을 속으로 후기와 사진

 

유호찬


매서운 바람만 아니었으면 모처럼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

봉명동 거리를 웅숭거리며 걸으며 장류보위 회장님(2003년 청주로 이주)의 설명을 곁들이니 곳곳에 맞대고 있는 점포들의 이유를 알게 되고, 사람 사는 마을의 평범한 일상이 보인다.
출생율 0.76명의 한국, 존재가 위태롭던 봉명초등학교는 70%를 이주민의 자녀들이 채워주면서 활기를 띠고 자연스레 러시아계열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조화를 이루어가고 있다고 한다.

내 아들이 초등 5~6학년 시절, 특별한 일이 없으면 토요일 오후에 발달장애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학교에서도 발달장애를 지닌 짝꿍과 무리없이 어울려 지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데... 조금 다를 뿐이지 불편하지도 부담되지도 않아요."

장류보위 회장에 의하면, "청주시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이주노동자는 6천여 명, 미등록이주민까지 더하면 8천 명 이상이 될 것"이라 한다.

청주, 오창과 옥산 공단에서 주로 일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부분 음성혁신도시로 통근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청주산단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곳은 세 곳 정도이기 때문에 원거리 출퇴근을 감내하고 있는데, 혁신도시의 비싼 거주비용도 원인일 것이다.

새해맞이와 한식을 정성껏 지내는 이들의 명절 풍습, 잔치와 축제에서 입는 드레스의 곱고 화려함에 부러움이 살짝 스쳤다. 우리의 명절 풍습은 휴식과 여행이라는 유행을 좇은지 오래고, 가족들과 마주앉아 객지 생활의 피로와 설움을 녹이던 위로와 격려의 시간은 사라졌다. 아니, 싸움박질과 사건사고나 없으면 다행이다.

막내아들 이름을 상호로 쓰고 있는 '무슬림 식당'.
이전에 지나치면서 '무슬림'이란 간판을 보고 조금 의아해하기도 걱정하기도 했었다. 나의 편견이고 무지였음을 밥상머리에서 깨달았다.

신이 허락한 음식 '할랄'...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내게는, 적당한 과식이 허락된 오늘이기도 하다.
오븐에 구은 삼사, 적당한 향신료의 양꼬치 샤슬릭, 소고기 스튜, 고려인 방식의 김치와 당근채무침, 매콤한 소스, 따뜻한 차. 비옥한 땅에서 온 음식으로 마음까지 너그러워진 것 같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시민단체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으로도 감사한 일이고, 다음에 또 만나 필요한 것, 도울 것 들을 하나씩 함께하길 바란다"는 장류보위 회장님.

"어떤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지 궁금하다"며, 다음을 기약하는 그녀의 차분한 말씀과 유쾌한 웃음을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집에 들어오니 강아지 '칸'이 반가워 난리를 부리다 옆에서 새근새근 낮잠을 잔다.
'펫티켓', '반려견'이라는 신조어가 공식 단어로 인정되는 시절에 피부와 언어, 생김새와 출신으로 경계하고 무시하는 무지의 폭력 대신 다양성으로 풍성한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

고려인, 1860년부터 제국주의 폭력으로 척박한 땅으로 쫓기고 밀려난 우리의 아픈 민족이다. 105년 전 오늘, 극동에서 한반도에서 태극기를 들고 항일독립을 했던 한겨레가 아니던가.
새봄이다, 또 다른 장류보위 씨에게도 인사를 나누자. "안녕하세요~ 장류보위 씨~?"


* 악보 "계단에 서서" : 우연히 다문화센터에서 버려진 소책자에 있던 시(詩)를 주웠고, 곡을 부쳤다. 공교롭게 2014년 3월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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