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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102호> 이어지는 글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는 언뜻 결론처럼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은 명백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나중에 쓰여질 다른 글들을 가리키며 끝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우리의 일상과 궤를 같이하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사람이 마주하지 않은 내일과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여러 수필 작가가 고백하듯이 글쓰기는 지나간, 지나가버린 하루를 카세트에 넣은 테이프처럼 두 번, 세 번 재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삶을 몸으로 한 번 살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고,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사는 일이라는 표현도 생각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네 위에 올라.. 2021. 1. 6.
<제101호> 결혼을 앞두고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나는 사람을 부른다/그러자 세계가 뒤돌아본다/그리고 내가 없어진다 일본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첫 번째 연애시에 나오는 구절을 기억해냈다. 맞다. 단지 한 사람을 좋아했을 뿐인데, 그를 불러 내 곁에 있어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 일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가 나에게 범람해오는 것이었다. 연애는 넘치고, 덮치고, 파괴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말을 잃고 새로운 말을 주워섬겨야 했다. 상대는 온 몸의 체중을 실어 상대에게 돌진하는 사람이었다. 슌타로의 시를 빌려 적자면 내가 그를 부르자 세계가 나를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부딪혔다.(나는 으스러졌다) 동시에 그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자신의 욕구나 감정에 푹 빠진 채로 나에게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나에 대해 궁금해.. 2020. 9. 28.
<101호>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재난안전문자가 온다. 재난안전문자가 또 온다, 자꾸 자꾸 온다. 충북도, 청주시, 중앙방역본부, 그리고 진천군, 천안시, 안성시, 용인시, 가끔 수원시까지. 나는 청주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이후 다른 시도를 간 적이 없다. 시시때때로 밀려드는 재난안전문자는 개인 방역을, 개인 방역만(!)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을 위한 매뉴얼이라든가 선별진료소의 위치라든가 감염되었을 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한 케어에 대한 신뢰감 등 국민건강권과 안전권을 일절 거론하지 않고 무조건 개인 방역을 강요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에 대한 혐오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번져가고 있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국민 개개인의 방역이 필수이듯이 정부와 지방정부의 국민건강권과 .. 2020.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