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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793

“지금, 어때?” 툭, 톡, 탁. 잔디 어느 날, 딸 아이가 갑자기 ‘툭’ 말하였다. “ 내가 4, 5학년 때 엄마랑 아버지가 매일 싸워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언제 이혼하려나 불안하기도 했고.”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말을 건네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흘렀다. ‘내가 언제 싸웠다는 것이지?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 내어 싸운 적이 없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그때의 나는 나와 힘(권력)이 엇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들에게 듣기 좋은 말은 자주 건넸지만, 상대가 들어서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말은 내 생각 속에서만 빙빙 돌리는 그런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딸 아이가 3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툭’ 하는 것을 듣고 나서는, 이 이야기가 나에게 걸어오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며칠 동안 곰곰 생각하였.. 2023. 7. 25.
20대 새내기 교사가 죽었다.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에 대한 단상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20대 새내기 교사가 죽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이번에는 교사다. 그것도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20대 새내기 교사다.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갑론을박 ‘죽음의 원인을 둘러싼 추측’만이 난무하고 있다. 교사노조는 금쪽이 학부모들의 극성 민원을 교사 혼자 감내해야하는 제도의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 측은 ‘교사의 자발적 희망 업무’로 축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문제의 본질로서 ‘곪아 썩어 문드러진 교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칼로 도려내려 하진 않는다.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번 초등교사의 죽음을 대하는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2023. 7. 25.
거대한 뿌리 - 김수영 거대한 뿌리 김수영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남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그럴 때는 이 둘은 반드시 이북 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 8.15후에 김병욱이란 시인은 두 발을 뒤로 꼬고 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 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4년 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다 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여사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1893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 왕립지학협회 회원이다 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로 화하는 극적인 서울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는 남자로서 거리를 무단통행할 수 있는 것은 교군꾼, 내시, 외국인.. 2023.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