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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103호> 소대장이 쏘아 올린 푸른 탄도미사일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 금요일 오후. 별안간 추위로 얼어붙은 도시는 전쟁 준비가 한창이었다. 목요일까지는 베트남 북부도시 하노이의 축축하고 비릿한 겨울 날씨 같았다. 금요일부터는 또다시 냉랭한 공기가 콧등을 스치고 있었다. 거리에는 군용 야상처럼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털모자를 맞춰 쓰고 삼삼오오 나와 군화 아닌 장화를 신고 앉아 있었다. 그들 옆에는 적진을 향해 쏠 계획인지 머리는 허옇고 꼬리는 푸른, 짧은 탄도미사일체들이 쌓아올려져 있어 섬뜩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어제까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때 화약처럼 빨간 가루를 가득 담은 비닐포대를 담은 차량이 도착했다. 누군가가 담배 한 개비를 끝까지 태우면 곧 화약이 터질 것 같았다. “엎드려!!” 소리와 함께 하얗고 푸른 미사일이 도시의 하늘을 가르는 장면을 그려본.. 2021. 1. 6.
<102호>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여행을 했습니다. 여섯째 아이와 함께 넋을 놓은 채 일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는 지나간 자리가 이쁠까” 아이가 일몰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내가 지나왔던 자리는 어떠했을까?” 스스로 자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몰의 순간을 함께 하며 울림을 준 여섯째 아이, 여행의 동반자 민서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1. 1. 6.
<102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아홉째-아이에게_잔디(允) 두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너의 일상, 안부를 묻는, 밤 전화를 하려다 생활관 전화기가 계속 통화중이고, 기다리다 시간은 흘러, 소등 시간이 되어, 밤 편지를 쓴다. 혹은 낙서를 한다. 멀리 있는 너를 생각하다 괜스레 불안한 생각이 시작되어, 생각에 생각이 넘쳐 나를 잡아 먹을까 두려워,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필로 종이에 끝없는 낙서를 하다가서는, 이 밤 잠이라도 푹 자기를 바라는 마음 쪽으로 낙서의 방향키를 돌린다. 사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끌고 와, 현재의 너의 생각과 생활을 다르게 바꿀 수도, 미래에 있었으면 하는 일을 잡아당겨 내 뜻대로 이룰 수도 없어. 그 부질없는 생각을 놓고 그저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낀다. ‘몽당연필을 손에 쥐고 .. 2021.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