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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제101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여덟 번째. _잔디(允) 아직 열지 않은 초록 꽃봉오리를 기다란 줄기 끝에 달고 있는 구절초.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공기 속에서 노란 꽃을 활짝 피우고, 그 어느 때보다 줄기도 왕성히 뻗고, 동글동글한 열매도 제법 맺는 호박. 오솔길을 오가며 드물게 만나는 도토리 한 알, 두 알. 혼자서 단풍 드는, 거실에서 마주 보이는 벚나무의 나뭇잎. 가지가 둥글게 휘어지도록 초록 열매를 달고 있는 모과나무. 뭉게뭉게 보송보송 연일 다른 그림을 그리는 하늘. 뾰족뾰족 봄의 새순처럼 돋아나 자라는 푸릇한 쪽파. 봄에 빨간 모자를 쓰고, 밭 한가운데에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의지하여 앉아 계시던 콩밭 할아버지의 오전 여덟시 삼십 이분의 아침 산책. 반짝이는 초록 이파리 사이의 연두 빛 대추 열매. 바람에 흔들리며 살랑거리는, 빨랫줄에 달린 수건.. 2020. 9. 28.
<제101호> 다시 코로나...그리고 다시 종교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전 세계에 코로나의 광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의 피땀 덕분에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해 나아가고 있던 요즘이었다. 하지만 다시 터진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차 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종교가 있다. 난 초기 유행 때 원인을 제공한 신천지라는 종교에 대한 비판과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종교에 소속된 개인을 혐오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지금 유행을 일으킨 극우 개신교, 그 확산의 도화선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이야기할 때면 솔직히 증오의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내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초기 신천지에 의한 대유행은 코로나라는 감염병 확산 초기였기에 예상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 2020. 9. 28.
<제 101호> ‘공정’을 외치면서 ‘불평등’은 외면하는 대통령에게 권함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회원) 오늘 아침 신문엔 문재인 대통령이 제1회 청년의 날을 맞아 한 연설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37번이나 썼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문제가 제2의 조국 사태가 될까봐 공정을 강조한 걸까? 청년의 날 행사엔 BTS가 나서 청년들을 응원했다. 다시 태어나도 BTS처럼 되기가 힘든 게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인데, BTS를 내세워 청년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최근 코로나로 인해 2030 수도권 여성 자살률이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론들은 왜 2030 여성들이 코로나 블루에 더 취약하냐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고용불안으로 일자리를 잃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육아에 지친 여성들이 자살을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그럴싸한 분석이지만 개인 탓만 .. 2020.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