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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793

‘기후위기’가 실은 가부장제의 재앙이고, 자본주의 재앙이며 인종주의의 재앙, 다시 말해 명백한 정치적 재앙이라는 것을.. 책숨, 슬기로운 탐독생활 :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이송희일 지음(삼인) 시원하나 아쉬운,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갖게 해준 책이구원기존의 기후 운동, 내가 갖고 있던 기후위기 운동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을 상세하고 날카롭게 지적해 공감이 되었다. 즉 구조적 변화, 사회적 전환보다는 개인의 금욕적 실천에 초점을 맞추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억압하는 이중적 태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본에 포섭되어 버리는 주류 기후위기 운동을 비판하는데 다소 시원함을 느꼈다. 또 나 역시 어느 정도 동의했고 때로는 반 농담처럼 말했던 인간들이 사라져야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우생학, 에코 파시즘에 기인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문제만 너무 길게.. 2024. 9. 26.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박현경(화가, 교사) “난 원체 무용(無用)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변요한 扮)이 말했다. 추석 연휴, 남편이랑 친정 부모님이랑 넷이서 서울 여행을 했다. 대림동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숙소에서 잠을 실컷 자고, 이태원 골목들을 산책하고,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우리가 걷고 음식을 먹는 속도만큼이나 시간도 느리게 흘렀다. 그 느린 시간 속에 차곡차곡 돋아나는 기쁨이 있었다.이박삼일의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내겐 닷새의 휴일이 더 남아 있었다. 늦잠을 자고, 낮잠을 자고,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고, 고양이들이랑 장난을 쳤다. 무용하고도 아름다운, 아니 무용하기에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이 ‘무용한’ 순간.. 2024. 9. 26.
줄을 친다는 것 줄을 친다는 것 잔디 작렬하던 매미 소리는 다 어디로 사라져 갔을까? 뜨거운 햇살과 함께 사라져 매미 소리가 툭 끊겼다. 연이틀 내린 비로 갑자기 성큼 큰 걸음으로 방충망을 뚫고 가을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바람이야 어떻게 어떻게 통과할 수 있다지만 가을은 어떻게 이 안으로 발자국을 옮긴 것인지. 신비롭기까지 하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방바닥을 따뜻하게 데웠다. 난방 온도를 실내 온도보다 높게 설정! 내가 만약 이 공간에서 홀연히 여행을 떠난다면 챙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제일 처음에도 제일 나중에도 떠오른 것은 ‘책’. 살면서 우연히 아가야를 쳐다볼 기회가 올 때 심장이 먼저 뛰었지만, 꽃 그려진 접시보다 은은한 빛깔의 머그잔보다 빨간 스웨터보다 아기자기한 스티커보다 처음 물에 둥둥 떠.. 2024.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