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효3 <제77호> 산티아고 길을 걷다 (3)_김승효(회원) 기억을 더듬어 길 위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과 길을 걸으며 내 눈과 마음에 아로새겨졌던 수많은 아련한 감동의 순간들을 다시금 소환한다. 객기를 부린 나의 오만이 망가진 발로 인해 산산이 부서질 때쯤 만난 알베르게 주인장 할머니는 내가 순례자라는 이유만으로 고귀한 존재임을 가슴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그때의 따뜻함이 지금도 아련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일본인 할아버지 순례자는 혼자셨는데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할 말이 많으신 듯 했다.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당신이라도 대신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잘 보이지 않고 느린 손놀림에도 번역기를 돌려가며 그예 사과를 하셨다. 늙은 어르신이 마음을 다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2019. 10. 15. <제76호> 산티아고 길을 걷다(2)_김승효(회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베이징을 거친 우리는 약 17시간 만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어느 시골 마을에 뚝 떨어진 듯 내린 공항은 높은 건물 하나 없는 초원 위였다. 깨끗했던 가방은 몇 날 며칠을 흙바닥에서 구른 듯 더러움이 여기저기 징표처럼 묻혀 내게 스페인여행의 첫 시작을 알려주었다. 떠날 때부터 산티아고 길을 걷기 전, 바르셀로나에서 사나흘 정도 묵기로 계획했었다. 계획한 대로 카탈루냐광장을 누볐고, 온종일 가우디의 발자취를 좇기도 했다. 세계 3대 성스러운 검은 성모상이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에 올라 바실리카 대성당 제단 뒤편 2층에 자리 잡은 검은 성모상을 안아보기도 했다. 비가 내리면 그것대로 멋스러운 도시에 생전 피카소가 머물렀던 집이 지금은 그의 습작부터 많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으로 변.. 2019. 10. 15. <제75호>산티아고 길을 걷다 1 _ 김승효(회원) 내가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도시들을 두루두루 돌아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지금은 언제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아득하기만 하다. 아득한 기억들을 뒤돌려 여행기를 쓰려고 보니 머릿속이 깜깜하다. 그래도 다녀온 여행을 이렇게 기억하고 남길 수 있도록 지면을 배려해주심에 감사한 마음이다. 여행 가기 전에 숨지기의 응원 배웅을 받았다. 다녀온 후에도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마중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에서라고 말하면 속 보이는 일이겠지만 아마도 글로써 내 작은 경험을 나누는 일은 이곳에서가 유일할 것이니 최선을 다해 전해보려고 한다. 요 며칠 동안 시간을 거슬러 산티아고 여행을 떠올리고 있다. ‘가기 전에 어떻게 마음을 먹었더라? 어떻게 준비를 했더라? 여행 중에 어떤 일들이 있었더라? 내.. 2019. 10.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