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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49

<110호> 보선과 잔디_잔디(允) 유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 식구들이 내려놓은 먼지를 닦는다. 그도 이 시간 이렇게 있을까 상상하며... 슬퍼하며 억지로 먼지를 닦지 않아도 괜찮은 지금을 맞이한 그에게 축하를 보내며... 슬픈 마음에 먼지를 닦더라도, 그런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는 마음 또한 자신 안에 있음을 발견한 것을 담뿍 축하하며... 혹은 먼지를 지금, 닦지 않고 있다가 닦고 싶을 때 닦기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그를 토닥토닥하며... 그리고 또 혹은, 먼지 닦을 마음이 있는 식구가 있다면 그에게 명랑하게 청소를 부탁하고, 또 거절하는 식구의 거절도 가뿐히 듣,는, 마음에 도착한 그에게 갈채를 뜨겁게, 보낸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그림책 표지에, 프레드릭의 말들이 정갈히 쓰여져 있는 사진 두 장이 나에게 날아왔다. 누가 책에.. 2021. 6. 28.
<107호> 그의 꽃자리를 기억함. _ 잔디(允) 진달래꽃 봉오리, 다시, 활짝 반짝이는, 지금, 한달 전에 돌아간, 그를 생각한다. 이숲에 피어있는 꽃이 없는 시절에도, 속절없이, 꽃자리를 남기고 떠난, 함께 앉아, 막걸리 잔 기울일 수 없는 거기로, 여행 떠난, 그가 남기고 간, 소리 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아주 가끔 조우하던, 그를 자꾸, 생각한다. 이십년 전의 어느 날, 남편이 그와 만났고, 친환경농사를 짓는 마을로 가자하였다. 그곳으로 가서, 농사도 짓고, 마을 어른들과 마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자고 하였다. 어쩌면, 그에게 기대어(그래도, 마음 나눈 사람이 마을에 산다는 것은, 아주 든든하기에…)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을의 작은, 첫 집으로 깃들었다. 가끔 그의 귀틀집 거실에 앉아, 부부 네 명이 마주 보고 앉아, 막걸리와 함께 수다하였고.. 2021. 3. 30.
<106호> 풀과 잔디_잔디(允) 나는 이제 사랑을 알지 못한다라고 썼다가 나는 이제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도 썼다가, 나는 이제 내가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를 사랑하기보다 현실의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라고 다시, 고쳐 쓴다. 나를 꽉 쥐고 있는 한 생각이 쫙 펴질 때, 내 안에 다른 생각이 스스로 쫙 퍼졌으면 ... 오늘의 저 햇살처럼... - 잔디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알아가고, 아이들을 함께 낳고, 고된 등에 번갈아가며 아이를 업어 키우고, 아이들을 보며 활짝 웃거나, 마음 앓이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그들을 함께 바라보는 지금이, 사랑일까... 어느 때가 되면 이 음식이 먹고 싶겠지, 오늘은 뜨끈한 찌개 국물이 무거운 어깨에 위로를 주겠지, 오늘은 매콤한 해물볶음과 막걸리 한 잔이 마음을 풀어주겠지 싶은 날, 서로.. 2021.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