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3 <93호> 말과 생각의 겸손함을 배우다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새해 들어 처음 읽은 책은 돌아가신 황현산 선생의 트윗을 엮은 책 이다. 선생이 트윗을 시작한 2014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트윗이 담겼다. 트위터, 140자를 쓸 수 있는 공간이다. 각기의 짧은 140자들을 모아 놓으니 666쪽이나 됐다. 많다면 많을 수도 있는 양인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나도 황현산 선생을 팔로우했다. 선생의 트윗을 읽으며 공감했고, 추천해주는 책들을 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트위터로 볼 때도 좋았는데 책으로 묶인 글들을 보노라니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황현산 선생은 트윗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고 공들였다고 한다. 비단 직업정신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반지성의 시대에 넘쳐나는 수많은 폭력적인 말들에 저항.. 2020. 1. 28. <93호> 실패(?)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_이재헌(청년정당 우리미래)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얼마 전 공식적인 대담에서 했던 말이다. 이해찬 대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항상 부족한 존재로 인식한다. 안타깝게도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담당자들도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장애인의 삶에서 불편한 일을 지원해주는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오히려 자신의 가치관대로 이용자(장애인활동지원업무에서 계약을 맺는 장애인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의 선택에 개입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잘못된 선택’을 막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한 이용자와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있다. 최근 자립한 이용자 A는 수입이 많지 않고 임대 아파트에 산다. 그의 장애인활동지원사 B는 몇 년 뒤 임대아파트 계약이 끝나면 A가 큰 아파.. 2020. 1. 28. <93호> 바로 이런 좋은 이유로_박현경(교사) ‘왜 이렇게 내가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생각해 본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그럴 것이다. 지금의 이 일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이유가……. 괴로워할 만큼 괴로워하고 나면, 이 일도 순조로이 지나갈 것이다.’ 2020년 1월 5일, 힘겹게 마음을 추슬러 가며 일기장에 적은 문장들이다. 마땅히 수개월 전에 해 두었어야 하는 행정적 처리 한 가지를 내가 놓쳤으며 이제라도 어서 이를 수습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건 2019년 12월 31일 늦은 오후였다. 겨울방학식을 마치고 조퇴했던 나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부랴부랴 학교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난 1월 8일 오전에야 이 일은 해결되었다. 일을 처리하는 그 기간 내내 나는 심한 열 감기를 앓듯 .. 2020. 1.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