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야!

‘힘’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야!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못 느끼시나요? ‘경계’

인권연대숨과 마을N청소년이 공동으로 <어린이공원을 온전히 어린이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이라고 해야 고작 <어린이공원>이라고 불리는 공원에 가서 둘러보고 사진 찍고 시설은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는 정도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공통으로 경험하는 문제가 있다. 어린이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어른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3~40% 정도 되며, 어른들의 점유시설형태는 운동기구와 파고라(정자)이다. 또한, 어린이 전용 놀이시설과 어른점유 시설 사이에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보행자 통행로 명분의 보도블록으로 경계가 지어져 있다. 그렇게 따지니 어린이공원 내 순수 어린이 전용공간은 50%밖에 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밤이면 어른과 청소년의 흡연 장소로 바뀌고, 새로 신설되는 어린이공원과 이미 조성된 어린이공원과의 차별을 비롯해 어린이공원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많다. 확실한 건 집 주변에 어린이공원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 보실 것을 권한다.

 

■ 학생인권조례 폐지? ‘힘’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야!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안이 통과되고, '학교구성원 권리·책임 조례'가 공포되었다. 민의를 대변하는 또 다른 한 축인 지방의원의 ‘힘’이 임의로 악용된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서울시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이 교육의 3주체인 학생‧교사‧학부모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명시했다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최소한의 기본원칙이 있다. 민의를 대변하라고 주어진 ‘힘’에 ‘대한민국의 누구라도 타인의 인권을, 소수자의 인권을,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권한은 없다’라는 점이다. 되려 학생의 인권을 파괴한 최종 책임은 오롯이 ‘힘’을 남용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 청소년! 우리에게도 ‘힘’이 있어요.

만 18세 이상부터 선거권이 보장되면서 청소년들에게도 ‘힘’이라는 게 생겼다. 투표권!

나를 이롭게 할 수 있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다. 고3 연령대의 청소년 집단 33% 이상에게 투표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청소년 세대는 학교라는 공간을 매개로 조직화되어 있다. ‘민주적 숙의의 과정’이라는 절차만 보장된다면 가장 강력한 힘이 보장된다. 합리적인 청소년 유권자의 이해와 요구가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 192석 거대 야당 국민의 눈높이로 차별과 경계를 허물자

참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국회의원들의 세계에는 경계와 차별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은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남성이든 여성이든 차이를 두지 않는다. 나라 살림이 어려워도 해마다 1.7%씩 임금상승에는 한목소리를 높인다. 거두절미하고 이제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부터 제거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차별과 경계를 허무는 일! 192석 거대 야당이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진행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