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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투명한 화장실의 마력

by 인권연대 숨 2024. 7. 26.
The Tokyo toilet 투명한 화장실의 마력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퍼펙트 데이즈와 The Tokyo toilet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의 공공화장실 청소부의 반복되는 삶을 통해 일상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선한영향력을 담은 이야기다. 독일의 빔 벤더스 감독에 일본의 대배우 야코쇼 코지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의 소재로 나무’, ‘’, ‘자전거’, ‘대중목욕탕’, ‘카세트테이프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적용하면서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동화되게 만든 울림이 있는 영화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3일 개봉해 현재 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어딘가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이 든 유일한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와 영화 속에 나오는 도쿄 화장실에 대한 반응을 서치해 보았다. 그 중에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영화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를 접한 전 세계 2030 젊은 세대가 도쿄로 몰려들고 있다는 부분이다.

 

투명한 화장실의 마력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17개의 공중화장실을 새롭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건축가들이 도쿄에 새로운 공중화장실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공중화장실의 설치 목적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아름다운 디자인 요소를 갖추면서도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용의 공간, 편안한 안식을 주는 쉼의 공간, 지역과 어우러지는 안전한 공간의 조성이다.

17개 공중화장실 중 하루노아가와 커뮤니티 공원에 위치한 속보이는 투명한 화장실이 특별히 관심을 끈다. 종이와 목재를 이용한 친환경 건축의 대가로 불리는 반 시게루’(68)가 설계한 화장실이다. 투명한 화장실을 설계하기까지 그의 고민은 화장실 안에 누가 있는 지 항상 걱정됐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화장실 내부를 볼 수 있게 하고 사람이 들어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불투명한 화장실로 바뀌고, 밤이 되면 화장실의 불빛이 방범등역할도 한다. 여성이나 노약자들도 심야에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심 화장실의 실체는 이런 것이다.

도쿄 공중화장실

오버랩되는 대한민국 지하철 화장실

영화는 끝났고, 영화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강남역, 신당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오버랩 되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이었다. 2020년 도쿄는 어두운 골목, 음습한 공원에 위치해 어린이, 여성이 찾기 힘든 화장실을 누구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화장실로 바꾸는 데 성공하였지만, 2016년 강남역 화장실은 혐오의 상징으로, 2022년 신당역 화장실은 스토킹 범죄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외형상 시스템상 안전한 장소로 지정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누구를 기준으로 하는 안전한 장소인가?

인권연대숨과 마을N청소년이 공동으로 <어린이공원을 온전히 어린이들에게> 돌려주자는 캠페인 일환으로 청주시내 어린이공원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가경동에 있는 한 어린이공원은 보기에는 깔끔하고 안전해 보인다. 언뜻 이만하면 훌륭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약간 언덕 위쪽에 위치해 있다. 계단이 있고 평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어른들의 운동시설이 있으나 이 어린이공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어른들 눈높이에서 남성의 눈높이에서 안전의 기준은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 여성에게 전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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