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책 숨 , 슬기로운 탐독생활

존 어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2023)

by 인권연대 숨 2024. 6. 25.
존 어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2023) – 감독 : 조너선 글레이저

                                                                                                        이은규

 

한 번에 500명씩, 하루 종일.”

여기 다섯 남매를 둔 부부가 있다. 남편의 생일날, 가족은 출근하는 그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작은 나무배를 선물한다. 가족들은 화사하게 웃고 떠든다. 한바탕 유희가 끝난 후 남편은 출근한다. 각잡힌 군복을 입고 말 위에 걸터앉아 정원을 가로질러 담장 너머로. 그날 오후 남편은 손님들과 함께 관사로 돌아온다.

소각실 두 개가 서로 마주 보는 구조인데 한쪽의 온도가 대략 1000도까지 치솟을 때 다른 한 쪽은 40도 정도로 떨어집니다. 하나가 타는 동안 다른 하나는 식으니까 소각로를 쉴 새 없이 돌리는 게 가능합니다. 태우고 식히고 비우고 채우고. 그걸 반복하는 겁니다. 한 번에 500명씩, 하루 종일.” 손님들과 남편은 신제품의 성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느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지탱하는 것들

그들 가족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물샐 틈 없이 완벽하게 채워주는 조력자들이 있다. 유모가 있고 가정부가 있고 세탁부가 있고 그리고 정원을 가꾸고 피 묻은 구두장화를 닦아주는 사람도 있다. 가끔 아내는 푸대에 넣어져 들어온 헌 옷들을 조력자들에게 던져주고는 한다. 그러나 이 부부는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 모든 사람을 하찮게 여긴다.

남편에게 말하면 너 따위 재로 만들 수 있어

자신의 어머니가 이른 아침에 집으로 돌아갔다는 말을 듣고는 아침식사를 시중드는 가정부에게 내밷은 말이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생명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 폭력과 잔학성이 이들의 안락한 일상을 지탱하고 있음을 단박에 알아차리게 한다.

존 어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2023)  –  감독  :  조너선 글레이저

 

난 죽어도 여기 못 떠나. 그동안 꿈꿔왔던 삶이잖아.”

영화 존 어브 인터레스트2차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으로 있었던 회스와 그의 가족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안락한 관사와 담 하나 사이로 수용소가 있다.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는 남편에게 아내가 말한다. “난 죽어도 여기 못 떠나. 그동안 꿈꿔왔던 삶이잖아.” 그들의 안락한 현실은 한번에 500명씩 하루종일 살해당하는 수용소의 끔찍함 위에 세워져 있다.

매일 같이 굴뚝에선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고함과 비명과 총소리가 기계음들과 뒤섞여 들려온다. 강물에는 수용소에서 소각한 사체들의 유기물질들이 흘러나오고... 공기라고 달랐을까? 처음 방문한 아내의 어머니는 연신 기침을 해댔고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는 이곳을 떠나버렸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이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는 수상소감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언급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현재의 우리와 마주하고 성찰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들이 그때 무엇을 했는지 지켜보라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유대인의 피해자성만 기억하며 강조하는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양심있는 전세계인들에게 나치에 버금가는 가해자로 기억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나치에게 배운 역사적 교훈이 인류애에 반하는 절멸 정책, 홀로코스트인가? 영화 존 어브 인터레스트가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와 라파로 다가오는 이유이다.(최근에 나온 유엔난민기구 UNHCR 보고서 <Global Trends Repot2023>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난민은 600만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