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숨, 슬기로운 탐독생활 :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이송희일 지음(삼인)
시원하나 아쉬운,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갖게 해준 책
이구원
기존의 기후 운동, 내가 갖고 있던 기후위기 운동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을 상세하고 날카롭게 지적해 공감이 되었다. 즉 구조적 변화, 사회적 전환보다는 개인의 금욕적 실천에 초점을 맞추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억압하는 이중적 태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본에 포섭되어 버리는 주류 기후위기 운동을 비판하는데 다소 시원함을 느꼈다. 또 나 역시 어느 정도 동의했고 때로는 반 농담처럼 말했던 인간들이 사라져야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우생학, 에코 파시즘에 기인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문제만 너무 길게 나열하는 거 같아 지루해지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다. 결론 부분에 대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범적 사례를 제시하기는 하나 사례만 제시했을 뿐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한 서술은 충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은 남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갖게 해 주고 나 자신을 성찰하게 해 준 책이다.
잠든 척하는 사람들이 깨어나 추는 춤판이 지구행성 곳곳에서 벌어지기를
이은규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나바호 족의 속담을 소개하며 이송희일은 이야기를, 잠든 척 했던 게 창피하지 않을 만큼 설득력 있고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주자고 한다. 전지구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모아진 것이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이다. 저자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탁월한 감각이 있다. 그의 이야기에 홀린 사람들이 연결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춤을 춘다면 세상은 ‘이상하게’‘이상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미국의 저항시인 무리엘 루카이저는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쓴 바 있다. 세상을 바꾸려면 아야기를 바꾸어야 한다.(...) 요컨대 기후위기의 심리학은 잠든 척하는 자와의 대화이며, 끝내는 그 배후에 존재하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백일몽과의 대결이다.”(88면)
사상 최대 최장의 폭염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춤을 추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궁금하지 않으신가? 궁금하면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를 읽으시라.
“‘기후위기’가 실은 가부장제의 재앙이고, 자본주의 재앙이며 인종주의의 재앙, 다시 말해 명백한 정치적 재앙이라는 것을”
이재헌
“환경 보호를 위해 종이컵 3개 쓸 것을 2개만 쓰고 재활용 잘하고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꿔 가면 되지.”
기후 위기 주제로 이야기 할 때면 부담 갖지 말자고 이처럼 떠들어 댔다. 나는 스스로를 환경적인 시민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6장 제국주의적 생활양식 - 자동차를 파묻어라’를 읽기 전까지 말이다.
“자연의 재앙으로 이해되곤 하는 ‘기후위기’가 실은 가부장제의 재앙이고, 자본주의 재앙이며 인종주의의 재앙, 다시 말해 명백한 정치적 재앙이라는 것을..”
변명을 넘어 내가 종사하는 산업 구조에서 나에 의해 방출되는 어마어마한 탄소를 줄일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꿔 나간다고 우리 앞에 닥쳐온 기후위기를 막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생태적 사회주의가 됐든 뭐가 됐든 자본주의를, 추출주의를 종식할 방법을 찾아야 함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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