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숨, 알렉시스 폴린 검스
“바다의 숨결로 둘러싸인 지구는 하늘을 향해 호흡합니다.”- 이재헌
나무 돌봄 노동자인 나는 나무 한그루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주변 모든 생명들과 연결돼 있음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다. 벌레가 싫다고 소위 저독성 농약을 뿌리면 토양미생물을 죽이고 나무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 피해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온다.
“바다의 숨결로 둘러싸인 지구는 하늘을 향해 호흡합니다.”
저자는 해양포유류들을 통해 지구 위 모든 존재가 우리 예상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름을 보여준다. 호흡으로, 영양으로, 물로, 흙으로…
수 세기동안 행해진 서구 중심 자본주의 착취는 지구의 모든 대상을 착취했다. 그 대가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종이 생존을 위협받는다. 저자는 해양포유류들이 환경변화와 인간의 위협에 대해 진화해 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 위기에서 우리 해양 친족들에게서 배우자고 한다.
우리도 가라앉지 않기 진화해야한다. 우리를 포함한 너무 많은 존재들이 사라지기 전에 더 늦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우리는 다르게 숨 쉬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화합니다. - 이은규
“나는 변화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천천히 움직이며 지나가는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볼 수 없는 당신의 엄니를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만의 이유로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는 방식을 사랑합니다. 때로 당신은 해안을 너무 사랑해 해안선이 되기도 합니다. 바닥에서 아주 꾸준히 움직여 당신에게서 해조류가 피어나기도 하죠. 때로는 당신의 사랑 방식이 시간에 완벽히 들어맞고, 아주 느려도 충분히 빨라요. 그러니 계속 숨을 쉬세요.”(196면)
떠오르는 숨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문장이다. 특별히 이 부분은 밑줄을 긋고 싶을 정도다. “나는 당신이 당신만의 이유로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는 방식을 사랑합니다.”
원제는 Undrowned. ‘가라앉지 않음’이다. 이미 멸종당한 바다소와 매우 다양한 물범들과 위기에 처한 바다고래들과 돌고래 등 해양포유류를 탐구하며 가라앉지 않고 계속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 관한 깊은 연대와 사랑 이야기이다.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이 바다생명들을 통해, 이를테면 수백만년을 살아왔을 고래소가 이백여년만에 인간에 의해 멸종되었고 그 까닭은 바다소들의 남다른 유대감이었으며 (한 마리를 생포하면 다른 바다소들이 도망치지 않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몰려왔기에 대량 학살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존하는 바다고래들과 물범들 그리고 해양 포유류들은 인간들의 영토확장과 침략, 자본주의 발전으로 인한 압도적인 학살에 직면해서도 살아남았고 이는 우리 인간들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노예무역으로 대서양에서 희생된 아프리카인들은 셀 수 없이 많으며 살아남은 그들의 동료와 후손들의 역사 또한 비참했다. 그러나 그들은 바다생명이 가라앉지 않았던 것처럼 끊임없이 숨쉬고 진화해왔음을 증언한다.
“사랑합니다. 가장 아프고 슬픈 날에도 당신의 이름만큼이나 푸른 바다를 누려야 합니다. 당신의 필요만큼 깊은 안전을 누려야죠. 음식과 공동체, 학교, 집을 누릴 수 있어요. 당신이 당신의 친족과 어울린 건 잘못이 아니죠. 당신이 믿는 바에 대해 큰 소리로 숨 쉬었던 일도요. 당신이 느끼는 현기증은 정당합니다. 우리는 방향을 잃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폐속에서 느껴지는 압력은 절박함입니다. 우리는 이 공기의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경제적 취약성, 자원 탈취, 낭비, 해로움의 악순환과 반복에 염증을 느낍니다. 우리는 다르게 숨 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진화합니다.”(145면)
저자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떠오르는 숨’을 통해 자기 호흡과의 친밀성, 주변 세계를 향한 깊은 사랑, 모든 삶에 대한 비판적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우리는 다르게 숨 쉴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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