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숨, 슬기로운 탐독생활
8회차에 걸쳐 진행된 ‘세계인권사상사 – 미셀린 이샤이’를 마치며
유희정
『세계인권사상사』는 세계 각국과 시대에 따라 인권의 지평이 넓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익이나 정의, 혹은 당위성을 이유로 인권 유린과 폭력이 태연히 이루어지는 모습도 고발하고 있다. 오늘날 윤리적 논쟁의 핵심에 있는 인권 개념은 사실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국제 사회가 온 인류의 통합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범죄를 방치하는 이중잣대와 자국 이익에 충실한 계산이 숨어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일상 속 누군가가 의도적인 배제로 인해 탄압과 차별을 받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이 책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인권을 서술하고 있어, 잘 알려진 미국 독립선언문뿐만 아니라 레닌의 「민족해방운동에 관하여」, 호찌민의 「베트남민주공화국 독립선언문」과 같은 문헌들도 인권 증진의 상징으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만이 인권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무지한 나의 생각을 다시금 깨우쳐 주었고, 사회주의 및 제3세계 운동 또한 인권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막연하게 이해하던 인권의 가치가 결코 절대적이거나 단일하지 않으며, 현재 내가 누리는 인권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의 희생과 투쟁을 통해 쟁취된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하였다.
서은경
오랜 시간 같은 페이지 같은 구절을 반복해서 봤던 책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한 구절 혹은 그 페이지가 눈에 아른거렸고, 2024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답답해하는 저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도 주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은 ‘인권은 특정한 시대와 경험의 산물이며 인간의 억압에 대한 자구책으로 발생한 특수한 형태의 저항담론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고 마치 그림을 그리듯 세계인권 통사(通史)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정보와 내용으로 역사책을 읽듯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침이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챙겨보지 않았던 국정감사를 보게 되었고, 내가 사용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보편인권적인 생활이 되고 있는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샤이 교수의 ‘인권을 위한 투쟁은, 법적 논쟁과 국제기구의 권력 현장 내에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계속되어야 한다. 인권을 위한 투쟁은 민중의 동원을 통해, 제도화된 인권 레짐의 관료화에 대항하는 것, 지방 시민사회 차원과 전지구적 시민사회 차원에서 각종 주체들 간의 연대를 구축하려면, 서로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인권 활동들을 한데 모을 수 있도록 경제적 ·사회적 단일의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가일층 배가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며 우리는 또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신성철
작가 ‘한강’은 ‘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치열해져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냐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작가 ‘한강’이 던진 이 메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은 작가의 저서에서도 살펴볼 수 있지만 이 책 세계인권사상사 또한 ‘국익 또는 인도적 개입을 위한 전쟁은 가능한가?’ 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인권적 관점에서 성찰을 요구한다. 이를 포함하여 이 책은 인권의 철학적 개념 및 역사적 과정, 중요한 현대적 인권이슈 등을 다루면서 우리에게 인권에 대한 생각을 보다 실천적으로 사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세계인권사상사는 인권사를 논하면서 수준 높게 서술된 서구권 인권사에 비해 비서구권에 대한 서술이 빈약한 부분 등이 있어 몇가지 아쉬운점은 있으나 이 책은 최초의 세계인권통사로서 억압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사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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