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에서 ‘연대’를 외치다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1894년의 전봉준이 2024년의 남태령을 넘었다.
‘이겼다! 국민이 이겼다!’ 12월 14일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윤석열의 직무는 정지되었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농민 4법을 비롯해 6개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저항해 꼬박 일주일을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내달려 온 전봉준투쟁단은 12월 21일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의 차벽에 가로막혔다. 광화문과 종로 등에서 파면 촉구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남태령으로 모여들었고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 빼라” “차 빼라”를 외치며 밤을 새워 농민투쟁단과 함께하였다. 10대 20대 여성들이 주축인 시민응원단은 밤새 응원봉을 흔들며 떼창을 하고, 농민트랙터가 남태령을 넘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퍼날 퍼날했다. 따뜻한 커피와 핫팩이 끊이지 않고 먹을 것과 난방 버스까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남태령을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저녁 시민응원단과 전봉준투쟁단은 트랙터로 남태령을 넘어 한남동 관저에서 승리의 행진을 정리하였다.
■ 남태령에 울려 퍼진 20대 여성의 외침
“저는 여성입니다. 20대입니다. 경상남도 출신입니다. 노동자이기도, 대학생이기도 합니다. 또 장애인입니다. 성소수자일 수도 있습니다. 저 한 사람이 이 연단에 올랐다는 것은! 이 모든 정체성들이 연단에 올라섰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결코 단일하지 않은 이 존재와 정체성들이 모두 존중받는 아름다운 세상 보고 싶지 않습니까!”
무엇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도 이들을 한 덩어리로 묶게 만들었을까? 남태령에 울려 퍼진 20대 여성의 외침은 이들이 왜 나올 수밖에 없는가를 또렷이 알려준다.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연대의식이다. 남태령에서 광화문에서 여의도에서 2030 여성 청년들은 청소년,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와 함께 노동자, 농민이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손을 내밀었다.
■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현시점에서 기성세대와 2030 청년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먼저 살아온 선배 시민으로서 지금의 2030 후배 시민들에게 일말의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미안함은 ‘세월호’,‘이태원’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아직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의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선배 시민으로서의 미안함이다. ‘강남역, 논현역에서 이유 없이 죽어간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들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미안함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남태령을 지켜보는 사람들과 선배 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살면서 몇 번의 계엄을 겪고 또 겪은 뒤 다시 오늘에 이른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민주투사였던 아버지, 청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이 습관이 되어 버린 나의 아버지, 민주투사였던 모든 내가 알고 모르는 선배들이, 미안해하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선배 세대들에게 감히 손 내밀고 싶습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하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세대를 불문하고 함께하면 반드시 이깁니다! 맞습니까?
2002년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 말없이 촛불을 밝혔던 10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환하게 밝힌 10대, 2014년 세월호 침몰과 함께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목도한 10대,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와 2024년 윤석열 탄핵의 중심에 서 있는 10대 20대 30대. 여전히 대한민국을 응원한다 소리치는 모든 청년에게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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