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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어묵국물 같은 이야기들

by 인권연대 숨 2025. 12. 29.

펠프미 서른 일곱 번 째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 광장에 선 ‘딸’들의 이야기 : 최나영 양소영 김세희 지음, 오월의봄 刊, 2025

 

크리스마스의 어묵국물 같은 이야기들
이재헌

 

이 책의 많은 청년 여성들의 이야기가 내 무기력함에 창피함도 들게 했지만, 제일 큰 감정은 희망이다. 모든 이들의 목소리가 큰 울림이었다. 특히 TK 출신 김소결씨 인터뷰는 대구에서 활동했던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로 들렸다.

 

소위 진보활동을 했던 대구 출신들은 너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가족과 환경이 내 정치적 입장에 대해 혐오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노무현 XXX, 문재인 XXX, 이재명 XXX라는 말을 거리가 아닌 거실에서도 들어야 했다. 그래서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이 부순다이 말은 광장에서 거실까지 이어지는 외침이다. 사람이 아니라 정책을 이야기해도 똑같다. 선거에서도 내가 뽑은 후보가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에 선출된 적은 한번도 없다. 어떤 지역에서보다 정치적 무기력감을 느껴야 했다.

 

“TK가 독한 만큼 여기 있는 우리가 더 질기다. 다 자라 독립할 때까지 견디는 건 우리의 특기

 

인터뷰이 김소결님의 걸음이 처음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려진다. 그의 외침을 들으면 고담도시처럼 돌아가기 싫었던 내 고향 TK도 언젠가 변화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집에서는 혼자였지만 광장에서는 혼자가 아니다. TK에서 혐오가 아닌 연대를 말하는 소수자들이 모여 더 이상 소수가 아닌 날도 상상해 본다.

 

이번 크리스마스날 산에서 노동을 하는데 칼바람에 눈이 내렸다. 손발이 얼고 일은 진도가 안 나가 마음도 추웠다. 식당에 식사를 하러 들어갔는데 백반 정식에 뜨뜻한 어묵국물이 나왔다. 한 수저에 온몸과 기분도 따뜻해졌다. 이 책의 청년 여성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온기를 느끼게 했고 앞으로 나아갈 작은 힘을 내게 했다. 크리스마스의 어묵국물처럼.

 

 

더 많은 여성과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더 크게 울려 퍼지길 바란다
이구원

 

책을 읽으며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 20, 30 남성들의 극우화는 걱정해도 혐오와 폭력으로 가득한 사회에 이르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하고 활동하며 살아가는 이 책의 여성들이 멋지고 뭉클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인터뷰에 기록된 여성들의 활동과, 정체성 연대방식이 다양해서 좋았다. 사회운동의 판에 있다 보면 주의할 것과 옳은 것에 갇혀 있다는 느낌에 답답할 때가 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뭔가 열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이 다르거나 혐오를 내뱉는 사람들조차 그들의 행동이 아닌 존재에 있는 존중하는 태도와 변화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또 진보 운동 내 현실의 갈등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성노동자의 현실과 페미니즘의 지향이 충돌하거나 트랜스젠더와 래디컬페미니스트간의 갈등이 진솔하게 기록된 점이 좋았다. 단 이런 과제 앞에서도 비판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고민과 대화에 바탕을 두는 것에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아직 우리는 절망하긴 이르다. 더 많은 여성과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더 크게 울려 퍼지길 바란다.

백날지워봐라 우리가사라지나

 

무서워 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딸’들의 이야기를 들어라
이은규

 

202412.3 내란 이후 전국 각지에서 무서워 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이 광장을 지켰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많은 사건이 여성들의 삶을 박살 냈지만, 이들은 상처를 봉합할 줄 알았다. 이들은 필요한 때마다 함께 싸우는 법을 배웠다.”

살고 있는 지역이 다르고 서로 모르면서 서로 다양한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연대라는 아름다운 침범을 통해 서로 서로에게 감응하며 연결되어 있다.

 

책의 제목인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는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부제는 광장에 선 들의 이야기다양한 청년 여성들이 이 가부장적 호명 너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역설적이지만 바로 그 표현이 더 잘 드러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동저자인 최나영, 양소영, 김세희는 이라는 호명을 기꺼이 자신들의 것으로 전취했다.

단언컨대, 이 광장에 선 들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누구든 어떻게 이런 딸들이...... 하는 감탄과 함께 기특하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언어를 찾아야 한다. 이들의 태도에서, 언어에서, 용기에서 배워야 한다.

 

지역과 직업이 다르고 처지가 다양한 열 세 명의 광장에 선 들의 구술이 성의있게 기록되어 있다. 그중 한 명인 한준아를 두고 필진은 이렇게 표현했다. “무서워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안미옥 시인의 시구절 중 하나라고 하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광장에 나왔던 그리고 지켰던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무서워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지켰다. 나 역시 무서워하면서 (끝까지는 모르겠고) 걸어가는 사람이다.

 

 

“난 제일 앞에 서 있을 거고, 제일 늦게 빠질 거다.” 
나순결

 

- 혐오는 연결되어 있구, 착취는 내가 모르는 사이 이루어지구

- 술집 여자 '김유진'으 창녀 개그, 스탠드업 코미디

- 퀴어 커뮤니티 '홍예당'

- 성노동 비범죄화 중요 : 경찰 단속 피헌다구 콘돔 삼키는 위험헌 행동 안 해두 되게,

- 남태령대첩 시, 모금활동으루 닭죽을 공수헌 술집 여자 '김유진'과 동무들께 경배를!!!

- 예문여고 시국선언문 중 "우리의 연대는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함께하는 것이다." 와우~ 넘너무 멋지다. 작성자 노정현에게 또헌 경배를!!!

- 성중립 화장실, 성중립 숙소

- 최혜수으 외침 : "난 제일 앞에 서 있을 거고, 제일 늦게 빠질 거다." 경배에 경배에 경배를!!!

 

내 결론) 어느 누구에게나 함부로 '기특하다'고 말해선 안 된다. 그 말에는 은근헌 상하관계가 깔려 있다. 우리는 더 나은 언어를 찾아야 헌다.

펠프미 송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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