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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생존자의 기록, '김지은입니다'

by 인권연대 숨 2025. 10. 20.

펠프미 서른 다섯 번째

 

김지은입니다 -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위력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생존자의 기록”
이은규

 

주중에 산행을 했다. 산 정상에 올라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귀에 거슬릴정도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으로 가면 어디로 가는 길이지?”

이 길은 하산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래 그러면 여기로 가자. 왔던 길로 가면 재미없잖아.”

그를 둘러싼 여러 사람이 잠시 머뭇 머뭇거리다 한 사람이 말을 했다.

차를 세워둔 주차장이 올라왔던 곳에 있는데요...”

에이 그럼 차를 가지러 갈 사람만 가고 우리는 이 길로 가자.”

일행들은 잠시 또 머뭇 머뭇 그러다 한 사람이 난처한 목소리로

서장님 우리가 올라온 쪽에 식당 예약도 해놨는데요

그래? ... 그럼 뭐 그냥 가자

몇몇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들 보이고 무리를 이뤘음에도 단박에 아니오라고 하지 못하는 까닭. 시종일관 반말로 농담인 듯 진담인 듯 홀로 큰 소리로 떠들어대던 까닭. 목소리 큰 사람은 서장이었다. 위력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웃픈 장면을 목격하며 김지은입니다를 떠올렸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세상을 향한 두 번째 말하기를 결심했다. 살기 위해 선택했던 첫 번째 말하기가 극심한 고통을 주었기에 한참을 주저했다. 그러나 거짓이 횡행하는 상황을 이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프롤로그 중)

 

김지은입니다는 안희정의 수행비서 8개월 동안 이루어졌던 네 번의 성폭행과 성추행 그리고 554일간의 투쟁에 대한 기록이다. 김지은은 이 기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성폭행은 성폭행대로, 2차 가해는 2차 가해대로, 사생활 침해는 사생활 침해대로, 언어폭력은 언어폭력대로, 괴롭힘은 괴롭힘대로, 모욕은 모욕대로, 명예훼손은 명예훼손대로 각기 다른 화살들이 모두 다 내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죽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236)

 

201835JTBC 뉴스룸을 통해 피해사실을 고발하고 36일 고소장을 제출한 지 554일만인 201999일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안희정에게 징역 36개월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성폭력 생존자 김지은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평범한 노동자의 삶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세상 곳곳에서 숨죽여 살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분들의 곁에 서겠습니다. 그분들의 용기에 함께 하겠습니다.”

 

 

미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배상철

 

개인적으론 매우 부담이 되는 책입니다.

비단 이 책이 아니더라도 #미투 두글자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 자체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까닭입니다.

 

그럼에도 미투를 대하는 자세는 어때야 되는가로 운을 떼었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미투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은 <지난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보니 기간은 늦어지고 소모적인 감정 공방으로 제2, 3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2차 가해가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는 사라지고 피해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조차 묻혀 버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서지현 검사에 의해 미투가 제기된 이후로 수많은 미투가 있었지만, 피해자 회복을 위한 두터운 지지체계는 없었습니다.

 

소위 피해자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맘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지지체계가 우선입니다. 심리정서적으로, 법적으로 피해자가 의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선입니다.

 

김지은입니다

김지은은 군집명사다
나순결

 

김지은은 군집명사다. 피해생존자이며, 554일법정쟁투를 통해 가해자를 빵에 보냈구, 그로말미암아 피해자가 생존자루 살아남구 남은 생을 살아가게 하는 용기를 불어넣었구, 잠재적 가해집담에게는 '너두 바루 이리 될 수 있으니 조심혀' 라 강력헌 경고를 보냈다. 말루 헐때 들어라. 그거이 돈 안들구 가오 안빠지구 당신 가족, 당신 심복, 당신 지지자 범죄자 안맹그는 길잉께.

"병장을 대허는 이등병으 마음으루 보필허라"??? 정치판이 다 저렇지는 않을 것이라 혀두 대부분이 그럴 것인데. 언능 뜯어고쳐라. 천년만년 해먹구 잡으면 모냥새라두 그럴듯허게 사탕발림이든 공중으 분수건 간에. 속내는 안그렇더라두 모냥새만이라두 쫌! 연기학원이라두 다니던지 쫌!

 

 

<김지은입니다>읽고서
이재헌

 

성폭력 가해자 안희정은 소위 진보적 인사로 인식되던 거대정당의 대통령 후보였다. 우리 사회를 개혁하는 일에 자신이 적합자인 것처럼 선전했다. 그러나 그와 그의 보좌진들은 비인권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정의롭지도 않았다.

그의 수행비서 김지은 씨는 안희정 그룹에서 순장조로 불렸다. ‘죽을 때까지 안희정에 관한 사실을 침묵으로 지켜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곳에서 노동자 비서관들은 워라벨은 커녕 안씨와 그 가족들의 시중을 들며 인권을 침해당했다.

 

안희정 사태는 그 혼자의 성적 일탈이 아니다. 소위 한국의 정치계와 기득권이 얼마나 철저하게 위선적이며 부정의한지를 보여주는 흔한 사례일 것이다.

피해자 김지은 씨는 연대의 힘과 상상할 수 없는 용기로 자신을 드러냈다. 과거와 미래의 무수한 피해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됐다. 안희정이 4년의 수감생활 후 사회로 돌아왔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2, 3의 안희정 사태를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이 도시에 페미니즘이 가야 할 길은 너무 멀어보인다.

펠프미 서른 다섯 번 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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