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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52호> 36.5° 사람의 온도로 연대하다_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22.

 

폭염은 한 달이 넘도록 식을 줄 모르고 뜨거운 태양빛은 오늘도 어김없이 내리고 있다. 시골의 농부님들은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보며 깊은 한숨과 함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올 여름이 유난히 덥다하고 더위를 별로 타지 않던 필자도 뜨거운 밤의 열기에 잠을 설치는 경우가 잦은 걸보면 정말 더운 여름인가 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점점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지구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낸 현상이 아닌가, 아마도 다시 찾아올 여름 또한 지금보다 더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 가끔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에어컨이 없냐며 하나 선물할까? 물으신다.

 

그 물음에 에어컨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며 전기세가 부담되어서도 아니다 나 한사람이라도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내 아이들과 다음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덜 미안 할 것 같아서이다. 그렇게 웃으며 정중히 거절의 답을 한다. 그 중 함께 공감하고 에어컨을 달지 않는 것에 동참하는 이도 있고, 모두가 하는데 당신 한사람이 안한다고 달라질까? 피곤하게 살지 말라고 하는 이도 있다. 그래 나 한사람이라면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고 아주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한사람부터 라는 기대와 함께 공감하고 같이 하는 이들이 있다는 믿음에 힘이 생긴다.

 

그리고 네 번의 뜨거운 여름과 세 번의 혹독한 겨울을 보낸 광화문 농성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 역사에 천막을 치고 장애당사자들이 하루하루를 지켜온 나날이 어느새 4년이 되었다. 전국에 연대된 사람들이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켜왔다. 그렇게 하루를 이어가며 1주년을 보낼 때마다 연대사에는 다음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가 폐지되어 기쁨의 축제를 광화문광장에서 하자며 모두가 기원했지만, 지난 금요일 우리는 광화문 농성장 4주년 문화제를 열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지 않고 전국에서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문화제를 시작한지 2시간여쯤 지났을까? 거센 빗줄기가 순식간에 쏟아져 내렸다. 천막과 파라솔 아래로 비를 피했지만 그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가슴 한 구석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36.5° 사람의 체온이다. 그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 하루하루 365일을 이어가며 4주년을 맞지 말자고 했지만 우린 지금 4주년 문화제에 함께하고 있다. 카톨릭에선 삼위일체가 이루어지면 평화가, 나라에 삼권분립이 지켜지면 균형이, 3이란 숫자의 힘, 세 사람이 힘을 모으면 사회변혁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마음이 모이고 공감하고 36.5° 사람의 온도로 문화제에 모인 300여명의 밥을 책임지고 연대하는 밥차 밥통사람들, 더위를 식힐 얼음물로 연대하는 사람, 뙤약볕에 더위 먹지 말라고 한약으로 연대하는 한의사, 지치지 말라고 노래로 연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300여명의 사람들 그들의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 가슴이 뜨끈뜨끈하다. 어김없이 오늘 연대사에도 5주년은 맞지 말자고 한다. 우리에 바람은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가 폐지되길 바라고 있다. 4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은 세월이기에 더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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