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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53호> 만약 당신이라면 어떠한가요?_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22.

 

싸늘한 바람에 가을이 성큼 우리 곁에 와있음을 느낀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찾아온 가을,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하지만 반가움의 즐김도 잠시 서늘히 불어오는 바람이 그리 가볍지 않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무게만큼 마음도 무겁다.

 

지난 7월 일명 축사노예 만득이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지적장애인의 임금착취와 학대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사건이후, 각 지역마다 지적장애인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군에서 조사한 결과 중 공식적으로 들어난 10, 그 중 3건의 장애당사자들을 만나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 분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들이 살고 있는 주변 환경과 주거환경을 보며 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 분들이 살고 있는 곳은 컨테이너 박스가 아니면 조립식 집 한 켠 1평 남짓 하는 좁디좁고 지저분한 방이다. 그러한 곳에서 모두 10여년을 넘게 사시면서 단 한 번도 불평을 하지 않고 살아왔을 것이다. 아니 못하고 살아왔다는 표현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을 착취하고, 수급비를 편취하여 사용하면서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지를 모르고 오히려 밥도 챙겨주고 안전하게 보호한 것이 뭔 잘못이냐며 되려 화를 내고 큰소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 육두문자를 틀어막고 삼키느라 고역을 치뤘다. 누군가 그들에겐 욕도 아깝다는 말이 너무도 공감되었다. 하여 그들에게 화내고 욕할 에너지를 장애당사자들에게 집중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말하고 있는지에 집중했고 앞으로 그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하는데 힘을 썼다.

 

군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느껴졌을까? 빠르게 그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고 각 면단위 사회복지 담당자들과 경찰서, 지역인권센터 등, 유관단체들을 불러 모아놓고 10건중 3건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어떠한지를 묻는다. 그 질문에 지역에서 인권을 논한다는 사람이 먼저 입을 연다. “, 돼지는 지능이 없어 시키는 일을 못하지만 4~6세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들은 시키는 대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지적장애인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니 좋은 시설 들어가서 살아야한다. 내가 꽃동네를 가봤는데 아주 좋더라. 없는 게 없이 다 있더라 수녀님과도 이야기 했는데 요즘은 외식도 하고 아주 좋더라라고 말을 한다.

 

그 사람의 말을 듣는 내내 참아야한다, 참아야한다, 참을 자를 머릿속으로 수천개를 쓴 것 같다. 하지만 요동치는 심장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인권을 논하는 자에게 장애비하 발언에 대해 조용히 지적하자 자신이 발언이 무엇이 잘못된 지 시설이 왜 나쁜지 모르겠단다. 그럼 그 좋은 시설에 살고 싶으시냐고 물으니 일반인은 살고 싶지 않죠라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느님이 콧구멍을 두 개 만들어주신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고성이 오가면서 간담회 자리는 준비한 시간보다 일찍 마무리 되었다. 아무 의견도, 결론도 없이... 그렇게 간담회 자리를 나오면서 사회복지를 하시는 분들과 유관단체장님들 저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떨리지 않았다면 이러한 자리를 몇 번을 만든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니 몇 몇 분의 고개가 끄덕인다. 간담회를 마무리 하면서 아직 덜 수양된 함을 컨트롤 못한 것에 반성한다. 조금만 더 차분하게 그들에게 제대로 전해야 했는데...그런 생각을 해봤다. 나라면 피해를 입은 장애당사자의 환경에서 잘 살 수 있을까? 1초의 망설임 없이 난 살 수 없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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