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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91호> 여성혐오, 왜 일상은 변하지 않는가_이재헌(청년정당 우리미래)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2. 11.

 

이제야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참 시끄럽던 책이다. 그 책 한번 SNS에 올렸다가 악플에 도배가 됐던 이들도 있다. 무슨 사회 전복이나 남성혐오라도 조장하는 내용이라도 들어 있는 책인 줄 알았다. 실제로 읽어본 이 소설은 단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격어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육아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조금은 낯설고 거리감이 들기도 했다. 동시에 책 곳곳에서 주변 여성들을 공감하지 못했던 과거 내 모습이 힐긋 보였다. 사소한 일에 맹목적으로 어머니에게 의지했던 일들, 가족에게서 용돈이나 관심들을 독차지하며 여동생이 느꼈을 차별감을 무시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남성으로서 무지했던 나의 행동 때문에 여자친구들이 느꼈을 무수한 불편함들을 깨닫게 했다.

 

이 소설은 내 엄마와 여동생이 겪었고 내 친구들이 경험했을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근데 왜 이 책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미투 이후로 몇몇 남성들은 여성과 함께 하기 힘들다고 한다. 일부 여성들의 남성혐오 발언을 예로 들면서 함부로 이야기를 못하겠다고 한다. ‘펜스룰을 거들먹거리며 여성과 거리 두는 척한다. 여성 상위 세상이라도 된 것 마냥 본인이 피해를 입는 상황으로 바뀌어버린 것처럼 방어태세를 취한다.

 

정말 바뀐 것이 있을까? 최근 청주교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주변의 여성들을 성희롱한 것이 드러났다. 2년 전에도 교대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해자들은 교내에서 온라인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처벌받지 않고 졸업하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것이다. 단순히 가해자들의 처벌로 끝나더라도 내년이면 다른 가해자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삐딱한 20대 초반의 청년남성들말고 진짜 나쁜 기성세대들은 권력을 이용해 더 은밀한 곳에서 우리 모르게 일들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등을 외치는데, 왜 일상은 변하지 않을까? 가해자들은 가해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문제가 드러나도 조직은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고 만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차별과 혐오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 차별은 기본권침해이다.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청주교대 학생들 사건도 개인의 일탈로 처벌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차별과 혐오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를 하고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정 표현과 행동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기성세대와 남성들은 반성하고 여성을 공감해야한다. 우리는 좀 더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성으로서 살아온 경험은 다른 삶을 공감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한 행동과 말들이 여성들에게 어떻게 받아들려 지는지 돌아봐야한다. 여성이 옳아서가 아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혐오할 수 있다. 그것까지도 공감하길 희망한다. 그것은 트라우마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반성하고 다시 내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 일상 속 차별과 혐오를 읽어내야 한다. 여성차별은 단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니다. 사회의 모든 약자에 대한 차별과 연결된다. 여성의 상황을 공감하고 여성차별을 끝내자. 그것이 여성과 남성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약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자신과 다른 입장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남성페미니스트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 때쯤이면 우리 일상도 좀 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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