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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87호> 축제의 쓰레기도 하나님의 은총인가?_이재헌(청년정당 우리미래)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24.

 

 

'잠보(JAMBO)!'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홀리데이 공원, 잠보맨이 '잠보!'라고 크게 외치면 옆에 있던 사람들도 '잠보!' 라고 환호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아보리스트(Arborist:수목관리전문가)들이 경쟁을 통해 서로의 기술을 교류하고 낯선 이들과 술과 음식을 즐기며 어울린다. 여기서는 참가자 누구나 친구가 되고 축제를 즐기게 된다. 이번 이야기는 나무에 밧줄을 걸고 오르는 트리클라이밍 기술로 나무를 관리하는 아보리스트들의 축제인 환상적인 '잠보'에 참석하며 미국에서 목격한 쓰레기 배출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다.

 

아보리스트인 친구들과 나에게 '잠보'는 팬들이 아이돌 컴백 콘서트를 기다리는 설렘 이상의 축제다. 처음 본 미국의 나무는 우리나라의 나무와 많이 달랐다. 나무에 치명적인 목이 잘린 두목전정이 된 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다. 집집마다 마당에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줄 서있는 풍경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 같았고 3~40 미터 이상 된 건강한 나무들이 마을 공원에서 흔하게 보이는 풍경은 우리에겐 파라다이스에 가까웠다. 아름다운 나무를 올라보고 다른 지역의 아보리스트들과 맥주를 마시며 친구가 된 시간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러나 아침이 되고 나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먹고 마시며 사용했던 모든 것들이 한 쓰레기 봉지에 담겨 모였고 공원 관리자는 수많은 쓰레기 봉지들을 트럭에 싣고 유유히 사라졌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포크와 접시는 남은 음식 쓰레기와 같이 홍수가 되어 밀려나갔다. 한국에서 흔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다. 이것은 축제라서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우리가 묶던 숙소, 편의점, 식당, 그리고 미국 가정집에서 익숙한 일이다. 넘쳐나는 플라스틱들과 전혀 이뤄지지 않는 분리수거가 이들에게는 일상의 평범한 풍경임을 깨달았다.

 

필라델피아나 뉴욕 등 큰 도시는 시민들의 요구로 분리수거를 일부분 시행한다. 쓰레기를 화학처리로 분해해서 사막에 묻어서 사막화를 막는다고 변호하는 이도 있다. 또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해준 아저씨처럼 몇 시간을 차로 이동해서 큰 도시로 가서 자발적으로 분리배출을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신기술이 있든 환경을 걱정하는 소수가 있든 미국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압도적으로 세계최대이다.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지난 달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구에서 발견된 1600톤의 불법쓰레기는 대부분 미국에서 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린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쓰레기를 수출하지 말아 달라고 편지를 썼다고 한다. 결국 자국에서 처리하기 힘든 넘쳐나는 쓰레기를 제3국에 떠넘기고 있던 것이다.

 

미국은 '잠보'처럼 사람들에게 꿈이 되고 세계최고들이 모인 무대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뒤처리는 다른 이들의 몫이다. 내가 반했던 미국의 아름다운 자연은 사실 다른 지역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신기루는 아닌지 씁쓸해진다. "한국은 미국을 배워야 해요. 미국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제일 부유하고 훌륭한 나라가 되었지요."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재미교포 중년여성이 내게 한 말이다. 하나님의 은총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 부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이 미국인들처럼 산다면 그것은 천국이 아니라 자원낭비로 인한 지옥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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