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매사에 경쟁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인가? 작은 일 하나가 그 사람 성격을 살짝 보여줄 때가 있다. 로프를 걸고 나무에 오를 때도 그렇다. 사람들과 같이 체험하다 보면 누군가는 위를 보며 전력질주를 하고 누군가는 가지 위에 앉아 쉬면서 경치를 즐기기도 한다.
내가 있는 시소팀은 숲과 도시에서 사람들과 나무 모두가 건강하게 공존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우리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나무 가지치기나 위험목 제거 같은 직접 관리이지만 나무를 오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트리클라이밍도 진행하고 있다. 트리클라이밍 프로그램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나무가 길가에 서 있는 장식품이 아니라 다른 동식물과 함께 숨 쉬는 생명이고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부모님들과 함께 트리클라이밍을 하러 많이 온다. 이때 부모님들의 반응은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트리클라이밍을 한다. 같이 오르면서 처음에는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오르는지 서로 이야기한다. 나뭇가지 위에 앉아 같이 사진 찍기도 한다. 친구 같은 사이다. 두 번째 부모님들은 같이 오르지는 않지만 아래에서 지켜보며 응원한다.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주로 아이의 사진을 찍어준다. 응원도 시끄럽다기 보다 묵묵히 아이가 즐기는 모습을 바라본다. 관대한 지지자에 가깝다. 마지막 부모들은 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지시한다. 처음에 아이가 잘 오르지 못하면 자세를 지적한다. “다리를 쭉 펴봐.” “매듭을 쭉 올려.” 다른 아이들보다 잘 못 올라가면 더욱 채근한다. “힘 좀 내봐. 넌 할 수 있어.” 아이가 어느 정도 오르기 시작하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자. 나무 끝까지 올라가야지.” 보통 강사인 우리보다 2~3 배 이상 많은 조언(?)을 한다. 가끔 나도 참기 힘들 때면 조용히 다가가서 아이가 들을 수 있게 부모에게 이야기한다. “아버님 같이 한번 올라보시겠어요? 장비는 여유 있습니다.”
두 달 전 아보리스트 경연 대회 <잠보>에서 키즈존을 할 때가 생각난다. 지역 대표로 출전하는 베테랑 아보리스트들의 자녀들이 자주 놀러왔다. 처음 클라이밍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4살배기 아이도 왔었다. 그 아이들의 부모들은 무심한 듯 바라보기만 했다. 아이가 부르고 질문하고 자랑을 하면 “Yes john, you‘re great." 그러고는 끝이다. 물론 이들도 자녀의 사진은 찍는다. 그러나 클라이밍 지도는 강사인 우리들에게 맡기고 아이들이 클라이밍 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잘하든 못하든 아이들이 하는 것을 바라보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 이 경험을 종종 체험 진행을 하며 부모님들에게 들려준다.
나는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서 나무와 좀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희망한다. 그래서 내 다음 세대에는 나무가 가진 아름다움을 집 가까이에서 즐기며 서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트리클라이밍을 체험했던 많은 아이들은 손바닥이 긁히면서도 클라이밍을 즐기고 굵은 나뭇가지 위에 머무르며 나무 상단의 나뭇잎을 만져보고 경치를 즐기다 내려온다. 그러나 클라이밍이 몸에 익숙하기 전인 초반부터 채근하는 부모님에게 아이는 “너무 힘들어.” 라고 울먹였다. 그 아이에게 나무는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자기가 너무 힘들었던 장소로 남아버릴 것이다.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경쟁은 당신이나 하세요. 아이는 놔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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