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생각하나?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제는 여성이 더 살기 좋은 시대’라고 생각하나? 지난주에 청주에서는 처음으로 남성페미니스트 강연이 있었다. 강연자는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의 저자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였다. 책 제목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의도적으로 과장한 것 같은가? 웃고 나서 몇 초 뒤 웃기지 않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단지 후배가 다정하게 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호감을 가진 건 아닌가 착각했던 일들이다. 책 속의 남성들은 과거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강연의 시작은 박정훈 기자가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었고 자신은 페미니즘을 잘 안다고 자부하였지만 정작 여성들의 입장에서 공감하지 못했던 자기 고백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들 누구나 자신은 나름 선하고 관대한 편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특권은 인지하지 못한다. 내가 그랬다. 가정에서 장남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고 사회에서는 지역 명문대 출신에 고학력이라서 과대평가 받기도 했다. 혼자 살면서 도둑맞을 것이 없다고 창문이나 현관문도 잠그지 않을 정도로 안전에 무감각했다. 이런 나도 매일 외모평가 받으며 여성혐오적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관대한 사람이라 착각했었다.
작가가 선택해서 청중들에게 책속 한 구절을 읽어주기도 했다. 저자가 선택한 단락은 ‘남자들이 둔감하게 살 수 있는 이유’ 였다. 페미니스트이든 아니든 여성들이 불편을 호소할 때면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반대로 어떤 남성은 둔감함을 자랑한다. 나 또한 성격 좋은 편이라는 말을 제일 듣고 싶어 했었다. ‘아줌마’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지적하는 친구나 집에 머물다 간 여자친구가 내가 문을 잠그지 않고 출근하자 나에게 화를 낼 때에도 예민한 사람이라고 넘겼었다. 작가는 남성들의 이런 둔감함이 사실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진 특권 덕분에 생긴 무뎌짐이라고 묘사했다. 예민한 지인들과 비교해서 둔감한 내가 성격좋은 편이라 착각하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최근 반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 기사에서 가져온 통계를 보여줬다. 그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70%가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을 나타냈다. 반대로 데이트비용이나 직장 내에서 성평등에 대한 생각에서는 80% 가까이 지지했다. 20대 청년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반대하며 페미니즘 가치를 추구한다. 박정훈 기자는 이십대 청년남성들이 사회에서 약자로서 피해를 받고 있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모순의 제일 큰 원인을 언론의 가짜 뉴스로 봤다. 조회수를 많이 얻어야 더 많이 성과금을 받는 기자들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을 양산했다. 언론의 혐오 양산을 막기 위해 나쁜 기사나 언론사에 대한 전화나 비판댓글 등의 직접적인 불만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페미니스트는 가능한가? 서로가 공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남성페미니스트로서 ‘부끄러워할 줄 알고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이 꿈꾸는 성평등한 세상은 여성과 남성, 청년과 노인 모두 존중받는 세상일 것이다. 이런 사회를 향한 연대를 위해 내 하루를 반성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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