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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95호> 코로나19의 두려움, 그리고...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4. 28.

 

처음에는 조금 퍼지다 잦아 들 거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증가세가 멈춰 서서히 잊혀지려 할 때쯤 다시 터지기 시작한 바이러스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고 이제는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그리고 정말 많은 뉴스/기사와 사람들의 반응이 존재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솔직히 난 바이러스 자체를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과 달리 두려움과 걱정이 나를 감쌌다. 내가 느낀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두려움은 감염이 아닌 고립과 격리이다. 난 다른 이의 지원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혹시라도 증상이 있어 자가 격리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제대로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이 자가 격리에 들어갈 경우 활동지원 24시간을 일시적으로 제공해 준다고는 했다. 하지만 격리 상황에서 세부적인 지침을 고려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일시적이나마 의료적 전문성을 지닌 활동지원사가 배치되어야 할 텐데 그러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대구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당사자가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마땅한 활동지원사를 찾지 못해 비장애인 활동가와 공동 자가 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더욱이 이 번 바이러스로 희생되어진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청도대남병원의 정신장애인 분들이었다. 이곳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일상을 격리 속에서 살아야 했으며 고립 속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나 역시 그런 고립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 매우 두려웠다. 이러한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더 클 수밖에 없지만 그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또 장애인 역시 개인별로 면역력이나 건강상태가 다 다른데 신체적 약자라는 하나의 존재로 여겨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염 혹은 격리의 두려움과 사회적 시선 속에 내 주위의 많은 장애인 분들이 증상이 없음에도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 계시다. 나 역시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 외에 다른 것들은 거의 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다른 하나는 혐오의 확산이다. 우리 안에는 분명 혐오의 감정이 존재한다. 그 전에도 다양한 혐오 표현들이 존재해 왔지만 많은 대중들이 적극적으로 혐오를 표현했던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특별히 중국인과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혐오가 강력했다. 물론 중국 정부와 신천지 교단의 책임은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권력집단 및 조직이 아닌 그 집단에 속한 개인들에게 너무 많은 말의 칼날이 쏟아지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언론과 정치권이 혐오 확산을 빠른 속도로 퍼트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사실 중국인은 한국에서 그저 이방인이며 신천지 신도들은 불안한 사회 속 의지할 곳을 찾다 신천지라는 교단에 들어가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며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느 순간인가 지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지나간 뒤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정신병원을 포함해 장애인 거주시설의 한계를 넘을 근본적인 탈시설의 대책이 필요하다. 자가 격리 시 활동 지원시스템 역시 전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활동을 하는데 있어 조심은 하더라도 자유롭고 싶다. 혐오 감정 자체를 제거할 수 없을지라도 언론과 정치권이 앞장서서 혐오를 확산시키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고민들과 대책들이 있어야 하겠다. 새로운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다. 바이러스가 주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들이 하루 빨리 갖추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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