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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50호> 제주도의 푸른 밤..._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6. 16.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다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하늘 아래로~

수학여행, 신혼여행,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여행지, 아름다운 섬 제주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이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게는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비행기 예약부터 탑승, 그리고 숙소의 접근권, 이동권 등 많은 정보가 필요로 한 여행지이다.

 

지난달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당사자 3명과 그 가족들, 활동보조인, 모두 11명이 제주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떠나기 4개월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건 비행기 탑승이었다. 활동보조인들이 있다 하여도 장애당사자들을 업고 비행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로 업혀 올라가는 것은 힘도 들지만 그 보다 더 힘든 건 사람들의 뜨끈뜨끈한 시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제주도의 푸른 밤의 가사처럼 근심걱정 훌훌 버리고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이국의 풍경을 보고 느끼고자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예매하기 위해 가까운 청주공항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편히 이동할 수 있는 탑승게이트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청주공항의 답변은 게이트가 없을 때가 많아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에 대해 보장을 못해 준단다. 그러니 필히 보호자가 함께 해달라는 청주공항 관계자의 말에 답답함을 느끼며 김포공항을 알아보게 되었고 김포공항은 불편함 없이 게이트를 준비해 준다고 하여 가까운 청주공항을 멀리하고 먼 김포공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김포공항을 가기위해 우린 이른 새벽부터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대전역까지,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다시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을 향했다. 숨이 턱에 차도록 바쁘고 어렵사리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를 탑승하기까지 또 한 번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본인들이 타고 간 전동휠체어에서 내려 공항 내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고 게이트로 이동해 비행기 입구에서 다시 기내 전용 작은 휠체어로 옮겨 타야 한다. 단지 내 몸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불편하고 힘듦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장애와 비장애, 다수와 소수, 다름과 차이, 그 사이에 어떠한 것들이 있기에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이러한 불편함은 장애를 갖고 있는 당사자들만의 것이어야 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변하지 않는 건 어떻게 이해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마음이 복잡하다. 탑승대기실 멀리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다. “힘든데 그냥 집에 있지... 나오면 다 고생이야정말 집에만 있으면 힘들지 않을까? 고생이 안 될까? 30년 동안 집에만 있어봤다. 집에만 있는 것이 결코 힘들지 않거나 고생이 안 된다는 생각, 그것이 편견이다. “당신의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명언이 떠오른다. 장애가 있어 불편한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함을 알고도 외면하고 있는 지금 현재가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감수하게 하고 강요하는 거라 생각된다. 장애, 소수, 다름, 차이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러한 어려움들이 조금씩이라도 변할 거라 생각한다. 우린 제주도에 푸른 밤과 에메랄드빛 바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향해 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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