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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47호> 진실을 알리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6. 16.

 

3월의 햇살, 따스한 온풍의 바람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고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이 무한 편안함을 느껴본다. 어릴 적 어머니 품,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손길과 나지막한 허밍소리에 단잠이 들었던 따뜻했던 기억, 순간 이렇게 행복해도 돼?’ 물음과 함께 마음 한 구석에 찬바람이 쓱 들어온다.

 

옥천 농협 앞에선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촛불이 켜진다. 지난 11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아직도 혼수상태에 계신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위해,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진실을 위해,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했던 진실을 위한 촛불이 꺼지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오는 4.16 세월호참사 2주기를 앞두고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촛불을 들던 사람들이 정말 잊지 않고 촛불을 들고 다시 모이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한 나라의 책임자로서 진실을 밝혀주겠다며 눈물(?)까지 흘리며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사람도,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진심을 다해 진실을 밝혀주길 바랬던 가족들에게 진실을 밝히겠다며 손을 내밀었던 정치인들도 진정 문제를 직면하여 보려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보지 않으려 하고 외면하는 그들의 동문서답이 정말 재미없고 힘 빠지는 요즘 아이들 말로 핵노잼 코미디를 보는듯하다. 언제까지 국민들을 이렇게 재미없는 코미디로 우롱을 할 것인가? 시간만이 흘러서 잊혀 지거나 묻혀 지는 것은 없다.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야 상처도 아물고 희미해지는 것이다. 지역의 주민들과 20여일 앞둔 세월호참사 2주기를 준비하고 연대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다. 어떠한 위험에 처하더라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민의 생명을 구해내는 게 국가고 군인인 내게 주어진 의무이다.” 요즘 인기리 방영되는 드라마 중 송중기의 대사다. 이 대사처럼 2년 전 그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진도 앞바다에 침몰하는 세월호 참사는 없었을 것이고, 어떠한 위험에 처했더라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생명을 구했더라면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아직 수습되지 않은 9명의 희생자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304명과 그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가 아물고, 아이들을 가슴에 묻을 수 있도록 진실을 밝혀줘야 한다. 그 많은 소중한 생명들이 어떻게 희생이 되었는지 진실을 알아야 떠나는 사람들도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마음에 평화가 찾아 올 것이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나는 천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중략/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나는 그 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세월호 추모곡으로 불렀던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사 중 일부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 가슴 깊은 상처가 잠시라도 천개의 바람이 되어 자유롭게 날아 보내고 평화로움이 간절히 깃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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