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봄바람에 화사하게 핀 봄꽃이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도 전에 하얀 꽃비가 되어 휘날린다. 어릴 적 기억은 봄이 되면 민들레,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차례대로 피었던 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요즘은 봄을 상징하는 이 꽃들이 순서 없이 한꺼번에 피었다 한꺼번에 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 한 구석에 미묘한 불안을 느낀다. 이유도 알 수 없이 말이다.
“쿵, 탁, 왜? 안되지? 왜? 안 올라가지?” 초등학교 운동장 한 옆 2.5cm 턱, 손가락 한 마디가 조금 넘는 그 턱을 넘지 못하고 아이들이 고전을 치루고 있다. 지난 2주간 초등학교 고학년들의 교육의뢰가 들어와 아이들과 함께 장애이해와 인권에 대한 교육을 하게 되었다. 2시간 교육에 인권과 장애이해, 그리고 장애체험교육 하면서 아이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오르고 턱을 넘고, 안대로 눈을 가리고 하얀 지팡이를 의지해 지정된 구간을 걸어보면서 아이들이 느낀 것을 이야기 하고 질문과 응답이 오고 가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 중 신나게만 느껴졌던 휠체어 체험이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다. 눈을 가리고 하얀 지팡이만을 의지해 짧은 직선의 거리를 도보하는 이 길이 이렇게 길고, 두려움을 느낄 줄 몰랐다. 이렇게 작은 턱을 넘을 수 없다는 것에 놀랐다. 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 어려움과 두려움은 바뀔 수 있다. 장애를 갖은 사람이 문제시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 환경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느끼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라고 말하니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고, 밥을 먹으러갈 때가 있다. 주 출입구가 잘 되어 있고 테이블이 있는 곳에선 아무런 문제없이 밥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문 앞에 계단이 있을 땐 함께 간, 이들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하다. 그렇게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다 우리가 함께 도울게 하며 휠체어를 불끈 잡아 올려 계단을 오르는 순간 내 장애는 문제가 되어 버린다. 내가 계단 앞에 있을 땐 계단이 문제이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휠체어를 들어 계단을 오르는 순간 계단이 문제가 아닌 내 장애가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를 쉽게 전하려 노력을 했는데 얼마만큼 아이들이 이해 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교육의 자리에서는 잘 알아들었다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들...
그렇게 1주일 5번의 교육이 끝나갈 쯤 학교측 교육담당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장애체험을 너무 즐겁게 하는 것이 걱정이 되신다며 조심스레 말을 건네신다.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학교는 아이들이 어떤 것을 느끼는 걸 바라며 이 교육을 하는 것일까? 생각이 고민의 꼬리를 물고, 물었지만 고민 끝에 선생님 질문에 답을 드렸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장애이해와 인권이라는 교육을 하는 것은 서로의 겉모습은 모두가 다르다. 그렇지만 그 다름에서 누가 옳고 그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과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장애체험을 하면서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어려움을 느끼면서 그 두려움과 어려움이 내가 가진 장애가 문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앞에 있는 없어도 되는 저 작은 2.5cm의 턱과 점자 블럭이 없는 인도가 두려움이고 문제이다. 사회 환경이 장애를 갖은 이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행동이 있었다면 장애 갖고 살아가는 것이 그리 힘들고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장애를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불행하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장애는 찾아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이런 교육이 기억되고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면 장애에 대한 수용은 더 빠를 것이고 자신의 삶에 더 충실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으로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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