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호>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사상> 새로운 人類의 출현! - 정태옥 님(회원)

들어가는 글

 

< ‘떼이야르 드 샤르댕’은 1881년 5월 1일 프랑스 중부 오베르뉴에서 태어났다. 18세에 예수회에 입회하여 1911년 신부가 되기까지 신학, 지질학, 고생물학 등을 연구했다. 소로본 대학에서 포유류의 진화를 연구, 자연과학 부분의 박사학위를 받고 “파리 가톨릭 연구원”의 지질학 교수 자격도 얻었다.

 

1923년 과학적 사명을 띠고 중국에 파견된 후 20년 이상 지질학 및 고생물학의 연구와 탐험에 몰두했다. 1929년 북경 주구점에서의 북경원인 발굴은 고고인류학 분야의 가장 빛나는 업적 중 하나다. 2차 대전 후 파리로 돌아온 떼이야르는 “파리 과학 연구원 국립중앙연구소장”에 임명되었으며, “꼴레즈 프랑스”의 교수로 초빙되기도 했다. 1951년에는 인류학 연구기관인 뉴욕 웬느 그렌 재단의 상임연구원으로 초청받고, 1955년 별세하기까지 거기서 연구와 집필을 계속했다.

 

그는 신학자, 철학자이기 전에 지질학자요 고생물학자였다. 그러나 경험적 현상의 발견과 설명에만 치중하는 단순한 과학자는 아니었다.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발전 속에 함축된 인간의 의미를 숙고함으로써 조화로운 세계관 수립에 힘쓴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는 과학의 진화론을 신학에 도입하여 과학과 종교의 조화를 꾀하고 나아가 우주의 미래를 예시함으로써 현대 그리스도교 신학계로부터 예언자적 신학자로, 신화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 샤르댕 지음. 이병호 옮김. 분도 출판사 간행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 서문에서 - >

 

위 샤르댕의 간략한 이력에서 보듯이, 그는 예수회 사제로서 철학자, 신학자이면서 지질학자, 고생물학자이기 때문에 신학자들은 과학에 관해 잘 모르고, 과학자들은 신학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두 분야의 상당한 전문지식이 없는 한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60년대 중반 이문희 대주교(당시 청주 내덕동 보좌신부)에 의해 샤르댕 사상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5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의 사상이 일반화가 못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 5천 년 전 인류의 문명이 출현한 이래, 인류와 침팬지의 차이는 DNA 염기서열의 겨우 1.6% 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세기 과학의 덕분이었다. 이 1.6% 차이에 인류의 문화, 문명이 있다. 오늘날 철학, 신학, 사회과학 등 인문학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만약 인류가 138억 년 전 ‘빅뱅’이래 연속으로 축적된 정보라면, 오늘날 우리는 神과 인간에 관해 새로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글은 단지 샤르댕 사상의 소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샤르댕 사상의 핵심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철학과 신학에서 ‘명사’를 ‘동명사’로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존재론 - 발생학, 의식과 정신 - 인식하고 공유되는 것, 예수 - 예수되는 것, 부활 - 부활하는 것, 하느님의 나라 - 만들면 보이는 곳, 등등 그의 사상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같이 인류의 ‘정적인 세계관’을 ‘동적인 세계관’으로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으며, 세상을 올바르고 새롭게 보게 했다.

 

필자는 20대 초반에 그의 사상을 처음으로 접한 이래,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그 맥락을 짚어볼 수 있어, 누구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고를 정리하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여기에는 인문학만으로는 부족하며, 지질학, 고생물학, 고인류학 등 과학에 관해 어느 정도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샤르댕의 진화론은 프랑스 생물학자 라마르크(1744-1829)의 이론에 가깝다.